마침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새해를 맞아 나란히 미래 경영 화두를 제시했다. 수익성과 글로벌, 비은행이란 키워드는 비슷했지만 핵심은 분명하게 갈렸다.
신한금융은 최근 몇 년 새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 금융그룹으로 부상했다. 덩치가 가장 크진 않지만, 수익성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최고의 위상을 점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그룹 중에선 아직 막내급이지만, 신한금융을 추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신한과 하나금융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된 지배구조다. 철마다 거센 외풍으로 CEO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KB금융이나 우리금융과는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실제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연말 연임에 성공하면서 지배구조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역시 김승유 전 회장이 중국으로 떠나면서, 수렴청정 논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고질적인 지배구조 리스크에다 잇단 내부 부정과 비리사태로 수습에 바쁘다. NH농협금융도 IT와 내부통제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민간 금융회사로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금융은 민영화와 함께 사실상 공중분해 단계로 접어들었다.
◇ 신한금융, 안정된 포트폴리오로 수익성 최우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내건 경영 화두는 수익성과 글로벌, 비은행 등으로 상당 부분 겹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관리형 경영자로 꼽히는 한동우 회장과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김정태 회장의 판이한 경영 스타일처럼 색깔이 분명하다.
신한금융은 수익성이 최우선이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기여도가 40%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한동우 회장은 기존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진출이나 추가 인수•합병(M&A) 역시 수익성이 중요한 잣대다. “대형화가 반드시 좋진 않다”, “국내에서 역량을 키운 후 해외로 나가는 것이 좋다”는 한 회장의 발언이 이를 잘 대변한다.
한 회장은 “자본금이 3조 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와 신한금융투자가 비슷한 이익을 낸다면 굳이 M&A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해외 진출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하나금융, 국내 경쟁 무의미…해외로 공격 경영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이다. 김정태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2025년까지 해외부문의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 글로벌 40위, 아시아권 5위권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와 함께 24개국, 127개의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선 유일하게 인민폐 영업을 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유일하게 연방 정부의 승인을 받은 BNB은행을 인수하는 등 성과도 거두고 있다.
글로벌 전략도 구체적이다. 하나금융은 중화권과 아시아권, 유럽권, 미주권으로 나눠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고유 경쟁력에 맞춰 차별화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M&A는 비은행 부문 위주로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아직까지 해외 진출은 투자 단계에 있다”면서 “이젠 캐나다를 비롯해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