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숨은 규제보다 더 무서운 그림자 규제

  • 2014.03.25(화) 10:39

대출 금리와 수수료·보험료도 당국이 좌지우지
인허가도 세월아 네월아…당국 재량권 너무 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금융권에서도 규제 개혁이 화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올 상반기 중 금융 규제의 10%를 없애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반면 벌써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위가 단기간의 규제 개혁 실적에 집착하면서 실효성이 없는 규제만 잔뜩 없어지거나 정말 필요한 규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신 위원장이 지적한 ‘숨은 규제’보다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업무 관행이나 보신주의 등의 그림자 규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자동차보험료 논란이나 외환카드 분리 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 대통령 한마디에 부랴부랴…부작용 불 보듯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숨은 규제들이 더 아프다. 3월 중 숨은 규제 목록을 만들어 상반기 중 싹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숨은 규제란 법령 외에 금융당국의 구두나 행정지도, 금융협회가 만든 모범규준과 가이드라인 등을 말한다.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규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규제들을 확 뜯어고치겠다는 얘기다. 법령상 규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할 수 없는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선 금융위의 ‘오버액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이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부랴부랴 규제 개혁에 나선 탓에 수치로 나타날 수 있는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금융 규제의 10%를 한꺼번에 뜯어고친다는 계획이지만, 3개월 남짓한 기간에 얼마나 실효성 있는 개혁을 이뤄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효과가 미미하거나 금융당국이 이미 손을 놓은 자율규제가 주된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반대로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정말로 필요한 규제가 개혁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서둘러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외치고 나선 것 자체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태처럼 사건•사고만 터지면 일단 모든 걸 틀어막고 보는 관행 역시 규제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 아예 보이지 않는 규제가 더 무섭다

금융권에선 숨은 규제보다 아예 보이지 않는 규제를 더 문제 삼고 있다. 금리나 수수료를 조정하거나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당국의 자의적인 재량권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얘기다. 보신주의도 대표적인 유리벽이다.

실제로 대출 금리나 각종 수수료, 보험료 등은 당연히 금융회사의 자율사항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엄연히 존재한다. 정치적인 외풍도 심하다. 선거철만 되면 금리와 수수료가 내린다.

자동차보험료 역시 보험업계 자율이다. 하지만 당국은 물가와 정치적인 요인 등을 이유로 수년간 보험료 인상을 막다보니 매년 수천억 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 범위에서 영업을 하다보니 혁신은 사라지고 면피만 남는다.

외환카드 분사 건은 보신주의의 좋은 사례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외환은행에서 카드부문을 떼내 하나SK카드와 합치겠다고 당국에 인•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언제쯤 분사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 진 기약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었지만 하나금융 입장에선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과거 우리카드 역시 분사 이런저런 이유로 3년 가까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당국과 우리금융 간 정치적인 빅딜설도 끊임없이 나돌았다.

한 전직 금융회사 CEO는 “신상품 개발은 각종 인허가를 신청하면 세월아 네월아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된다 안된다는 분명한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