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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직업공무원’의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끝>

  • 2014.07.17(목) 10:59

21세기 대한민국 관피아 탐구

관료 조직은 변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관피아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은 ‘직업공무원’이라는 단어에 존재하는 뭔가 분명치 않은 특권 의식이다. 이는 분명히 고시(考試)라는 제도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크다.

고시는 분명히 좋은 인재를 찾고 개천에서도 용이 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자격시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미 사회적으론 이런 고시가 넘친다. 삼성그룹에 입사하기 치르는 SSAT가 고시와 다른 것은 무엇인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 공무원을 뽑는다는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의 일탈행위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공무원 조직의 개선을 위해 순환 보직, 직위 분류제, 개방형 고위 공직제 등 많은 논의가 있다. 이런 개별 제도를 하나하나를 따로 떼놓고 보면 장단점이 공존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운용의 묘다. 정치인이 상임위에서 활동한 뒤 장관이 됐다고 치자. 그는 행정 전문가인가? 종합행정능력이 높아서 장관이 됐나?

아니다. 언론에서 보면, 이들 정치인 장관의 배치 이유는 공약의 확실한 이행이다. 다른 말로 힘에 의한 추진력이다. 중요한 것은 고시에 합격한 직업공무원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특수 계층’이라는 틀이 깨져야 한다. 민간과 자연스럽게 교차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은 타고 난 신분이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일을 하는 것이다.


◊ 직업공무원의 특권 프레임

한 분야에 오래 근무하면서 획득한 전문성은 종합행정능력이 떨어져 고위직에 갈 수 없다는 게 현재 공무원 제도의 뿌리 깊은 프레임이다. 소위 “너 이거 해 봤어?”다. 만약 이 프레임이 맞는다면, 대학에서 특정 학문에만 전념한 박사는 총장이 될 수 없다. 행정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총장에 도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그럴까?

직업공무원의 가장 중요한 능력과 덕목이 종합행정능력이라면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만 시험 자격 요건을 주는 것은 어떤가? 너무 심하다면, 가점이라도 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시대에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이미 사회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여러 분야를 거치면서 높아진다는 행정능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결국, 국회 가서 여러 사람 만나 친분 쌓고, 그래서 누더기 법안을 소문 안 나게 잘 통과시킨 성과라는 것은 아닐까?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전국의 직업공무원을 헐뜯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인맥으로 법안 통과시키는 시스템이 지금 대한민국의 입법•행정 시스템의 근간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직업공무원에게 여전히 종합행정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엔 이런 기조가 깔렸다. 때마다 시끄러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 갈등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 법률 체계의 기본 틀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과 조치는 공무원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제도가 가진 계급제가 조직의 폐쇄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세상의 어떤 조직도 좋든 싫든 모두 계급으로 짜여 있다. 직업공무원만이 공공목적을 고민하는 것도 아니다. 직업공무원만이 종합행정의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계급제가 아니라 그 계급을 바라보는 특권 의식이 문제다. 세월호 참사 후 이를 잘 지적한 만화 한편이 주목받은 이유다. ☞팟빵직썰, 한국군과 미군의 차이


결국, 공무원 조직의 문제는 ‘고시에 합격한 직업공무원만이 할 수 있다’는 특권 의식에서 출발한다. 우리 공무원 사회의 이 특권 의식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공무원 사회를 비판하면서 많이 떠올리는 단어가 ‘탁상공론’이다. 탁상공론은 결국 현실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해 발생한다. 현실 세계를 제대로 보는 것은 전문성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 공정한 경쟁이 해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공무원 조직에 신선한 피가 더 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관료들도 민간에 나와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낙하산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모두 배척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은 공정한 경쟁이어야 한다.

현재 낙하산 즉 관피아 논란의 핵심은 그들이 공정하게 민간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하면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뭔가 특혜를 받을 끈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나간 많은 관료가 공정한 경쟁으로 경영능력을 발휘하면 아무런 문젯거리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관피아가 내려간 공기업의 경영 성과는 바닥을 깔아주고 있다.

관료 낙하산 논란이 많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제대로 경영성과를 내고 주주 가치를 올린다면 관피아 논란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현실이 그렇지 않음에도 많은 금융회사에서 이들 낙하산을 원하는 것은 문제가 터졌을 때 문제를 풀기 위한 꼼수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이를 부인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이 무엇보다 자랑하는 경쟁력이다. 관료 후배들에게 언제든 “내 체면을 봐서 좀 봐주라”고 얘기할 수 있는 종합행정능력이다. 이 경쟁력은 투명하지 않은, 그래서 공정한 경쟁이 아닌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그런 경쟁력이다.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가 철퇴를 맞자 정피아(정치권 마피아)와 교피아(교수 마피아)가 뜬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우울한 뒷면이다. 이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능력이 된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게 능력을 평가할 기준과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벌을 엄히 하는 것이 관피아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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