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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문제로 '새우 등 터지는' LIG손보

  • 2014.11.14(금) 14:59

KB 사외이사 사퇴거부에 당국도 LIG손보 심사 거부
당국의 거부, 명분 정당성 여부도 논란될 듯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KB금융 사외이사와 금융당국의 싸움에 KB금융과 자회사 편입을 앞둔 LIG손보가 희생양으로 전락하게 될 판이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LIG손보 인수 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수 승인 심사가 미뤄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 LIG손보 인수 물 건너 가나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낸 것은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압박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는 2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도 인수 승인 안건은 올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올 연말까지 승인 여부가 결론 나지 않으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무산된다. KB금융으로선 지연이자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비은행 확대 전략에 타격을 입는 등 유무형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LIG손보 역시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애초부터 사외이사들이 KB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KB금융 지배구조 개편의 출발도 여기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LIG손보 인수 승인을 이런 지배구조의 문제와 연계해 판단하겠다는 시그널도 계속해서 시장에 보내왔다.

그럼에도 KB 사외이사들은 지난 12일 임시 이사회에서 아무런 거취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이사진들의 입장에 비춰보면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은 내년 3월 임기까지 가겠다는 심산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양측의 입장을 고려하면 인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전망이다. KB금융 관계자들은 "설마 그렇게까지야 되겠느냐"면서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실 공은 사외이사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조차도 이 건에 대해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 금융당국의 압박카드는 정당한가? 


금융위 관계자는 "KB금융이 이사회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KB 사외이사의 사퇴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들이 사퇴해야 인수 승인 안건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당국의 이런 압박카드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 당국은 인수 승인 심사 때 사업계획의 타당성, 재무상태의 건전성, 경영상태의 건전성 등을 따져보게 된다. 특히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의 경우 경영상태의 건전성을 심사하면서 들여다보는 중요한 포인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적절하게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 지배구조가 적정한 것인지, 또 내부통제는 잘 되고 있는지 등을 모두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배구조가 취약하다고 판단한다면 인수 승인을 안 내줄 수는 있다. 금융권은 KB 사태를 겪으며 지배구조로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교훈도 얻은 바 있다.

다만 사외이사의 거취 문제를 직접 지배구조의 문제로 연관 지을 수 있을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그런 문제로 인수 승인 자체를 거부하는 문제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의 문제로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해 LIG손보 인수가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렇게 되면 당국으로선 명확한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민간 거래에서 당국 때문에 인수에 실패했다는 화살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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