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17일 KB금융의 새로운 지배구조에 대한 답안지를 내놨다.
KB금융은 다음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앞서 17일 서둘러 내부통제 강화 방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KB금융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심사를 미뤄왔다. 그런데 최근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들이 내년 3월 주총에 맞춰 전원 사퇴키로 하면서 분위기는 전환됐다. 금융위는 오는 24일 정례회의에 안건을 올리기로 했고, KB금융도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 TFT'를 통해 준비한 안을 꺼내놓은 것이다.
KB금융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우선 현직 CEO가 참여하는 CEO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했다. 기존엔 사외이사 중심으로 진행돼 왔으나 앞으로는 현직 CEO와 지배구조위원회(가칭)가 주도해 후계자를 양성하게 된다. 또 현재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주주대표 등을 포함시켜 주주대표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검토한다. 이 경우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측 인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직군을 포함한 분야별 사외이사 후보 풀도 만들기로 했다. 이 풀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사외이사 평가는 내부직원 평가를 확대 운영하고, 외부평가도 정례화한다.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선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반영해 완전자회사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거나 3인의 사외이사를 두고 지주사 중심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일원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모범규준에 따라 은행과 보험을 제외하고는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지주사 사외이사가 계열사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필요하면 자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그룹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통할·조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만든다.
또 신설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등기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비등기 주요 집행임원은 CEO의 인사권을 존중해 그룹 CEO가 선임하되 추후 지배구조위원회나 이사회에 보고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선 지주사의 계열사 내부통제 총괄기능을 강화키로 했다. 지주사의 내의 감사 및 내부통제 인력을 보강해 계열사별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를 그룹 차원에서 억제할 방침이다. 계열사 대표이사의 성과 평가 항목 중 내부통제 지표도 새로 만든다. 앞으로는 계열사 내부통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밀진단도 실시해 계열사별 내부통제 취약분야 발굴과 업무개선을 위한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했다. 은행의 내부통제 체제를 재점검한 결과 총 253건의 취약요소를 발굴, 개선했다. 영업점 현금출납과 같은 고위험업무에 대해선 명령휴가를 의무화하고, 국외점포에 대한 관리체계도 재정립했다.
KB금융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오는 2015년 1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오는 19일엔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을 둘러싸고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들을 통해 전 임직원은 통렬한 반성과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다시는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