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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그보다 더한 금융 CEO의 잔혹한 연말

  • 2014.12.04(목) 11:26

LIG손보 건에 윤종규 회장 "기다려봐야죠"
김정태 회장, 외환 문제에 '내년 2월까진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순우 "연임 포기 안 하면 KB 꼴" vs 이광구 "목계(木鷄)"

금융권 CEO들에겐 잔혹한 연말이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승진 등의 인사를 준비하고, 내년도 경영구상에 바빠야 할 때 민감한 현안들에 발과 머리가 묶여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축배를 들기도 전에 사외이사 자진사퇴 여부를 포함한 지배구조 문제와 LIG손해보험 인수 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LIG손보 인수 승인심사를 미루고 있다.

윤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LIG손보 건에 대해 "기다려봐야죠"라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에 LIG손보 인수에 대한 KB금융의 입장을 설명했는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KB금융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까지 진행 중이어서 가타부타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하게 했다.

버티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을 손보기 위한 것이라거나 KB금융 회장에 당국에서 밀었던 인물이 낙마한 데 따른 보복용이라는 등의 말이 나돌 정도로 뚜렷한 명분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윤 회장이 손 쓸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답답한 심경이 녹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애초 지난 10월 국정감사 직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승인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도 제출하지 못했다. 통합을 반대해 온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가 여전히 답보상태다. 


금융당국도 노조와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5년간 통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2.17 합의문의 입회인이긴 하지만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사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승인신청서를 받아주기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 회장은 정치적인 부담 등을 고려해 반드시 내년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인 2월 초까진 통합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김 회장은 스트레스성 대상포진으로 한차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연말 임원 인사도 불투명하다. 당분간은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통합 이후 변경된 조직에 맞춰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애초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점쳐지면서 순탄하게 넘어갈 것처럼 보였던 우리은행의 연말도 고달파졌다. 이순우 행장이 돌연 연임을 포기했다. 이광구 부행장 내정설이 불거지며 '서강금융인회(서금회)' 논란으로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금융권이 떠들썩하다.

이 행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임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차기 행장이 되면 조직이 난장판 된다, KB 임영록 전 회장처럼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 조직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시사했다.

자의든 타의든 서금회 논란 중심에 서게 된 이광구 부행장도 복잡한 심경은 마찬가지다. 이 부행장은 기자의 전화에 "목계(木鷄)가 제 답입니다"라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로 심경을 전했다. 목계는 나무로 만든 닭처럼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 부행장이 아무리 "서금회는 순수한 친목단체"라고 외칠지언정 현재로선 이것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 지금은 초연하고 묵묵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사실상 실패하고, 수장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우리은행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 행장의 임기가 올 연말까지이긴 하지만 대규모 승진인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연말엔 올 한 해를 평가하고 내년도 경영구상을 하면서 차분하게 보내는데, 올해는 유난히 CEO와 관련한 이슈도 많고, 현안도 많아서 CEO들로선 힘든 연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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