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단독 후보로 낙점됐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최근 숱한 논란과 비판에도 결국엔 연합회장으로 선출됐듯 이 부행장도 행장 후보자로 확정됐다. 서강금윤인회(서금회) 논란으로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만큼 이광구 은행장 후보자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광구 부행장의 내정설은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등의 절차와는 무관하게 너무 일찌감치 터져나왔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갑작스럽게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서 서금회 논란이 시작됐고, 정치금융이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행추위가 열리는 5일 국회에서 우리은행장 내정설을 일축했지만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 행장 내정자도 상당 기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안팎에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이 내정자의 행장 자격에 대한 논란은 비교적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대통령 동문으로 이뤄진 서금회 출신이라는 점이 논란이 돼서 그렇지 이 부행장을 비롯해 이번에 후보자로 올라선 3명의 자격여부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충분히 행장을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행추위는 "이 후보가 은행업 전반에 대한 폭 넓은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최대 현안인 민영화와 우리은행 경쟁력 제고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개인영업, 전략, 국제업무 등 은행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9년 상업은행으로 입행했다. 그는 한빛은행(우리은행 전신) 시절 전략기획단 부장을 맡았고, 우리은행 홍콩지점장,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 개인영업전략부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개인고객본부 부행장 등으로 일해왔다.
지난 2007년엔 홍콩 IB법인이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자 법인장으로 발령,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후 박해춘 전 행장과 함께 카드사업을 확대하는데 일조했다. 은행 내에선 업무 추진력과 사태 해결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순우 행장에 이어 이광구 내정자까지 잇따라 옛 상업은행 출신이 행장에 오르면서 옛 한일은행 출신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출신인 이종휘 전 행장, 그리고 이순우 행장으로 이어지면서 상업과 한일이 번갈아 은행장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던게 사실이다. 그 이전엔 황영기, 박해춘 전 행장 등 외부출신이 맡아 왔다. 따라서 이 후보자의 내정으로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간 채널 갈등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크다.
실제 옛 한일은행 출신들은 "이광구 부행장이 행장을 하게 되면 우리은행도 KB금융 꼴 날 수 있다"는 얘기들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었다.
이 역시 이 행장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몫이 됐다. 상업은행 출신이 됐다고 같은 은행 출신만 배려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탕평책을 잘 쓰는 방법 뿐이 없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 행장 내정자는 오는 12월 30일 우리은행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