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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주주권 행사?

  • 2014.12.01(월) 21:51

이순우 행장 레이스 포기, '서금회 vs TK' 압축

정부가 우리은행을 민영화하지 않은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는 듯 하다. 우리은행을 국영은행으로 그대로 둬야 자천타천 실세그룹인 서강금융인회(서금회) 출신을 행장으로 앉힐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민영화를 하지 않는 대신 정부의 지배를 확실히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내일(2일) 행장추천위원회를 하루 앞둔 1일 저녁 이순우 현 행장이 연임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연임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이메일에 "민영화라는 최대의 숙명적 과제를 안고 은행장 소임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고,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매각 등의 순차적인 민영화 작업 끝에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며 "이제 저의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 회장 취임 때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썼다. 이렇게 가장 유력했던 차기 행장 후보는 스스로 레이스를 포기했다.

이미 내정설이 퍼진 이광구(57)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은행 행추위는 내일 회의를 연후 5일 최종 후보자 면접을 거쳐 오는 9일 임시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차기 행장으로 선임되려면 행추위에서 반수를 넘는 4표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 新 관치 금융 vs 정부의 주주권 행사(?)

이순우 행장의 레이스 포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에선 민영화 불발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긴 하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이 행장이 현직에 취임할 때 '민영화 완수'를 내걸었다고는 하나, 매각의 주체는 엄연히 정부고 매각 구조를 짠 것도 정부다. 이 행장은 팔릴 은행의 수장으로서 주체인 정부에 협조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나 다름없다.

이제 우리은행장 선임은 정권의 실세그룹이 직접 관여하는 상황이 됐다. 아무리 서금회가 친목 모임이라고 항변하더라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줄 사람은 없다. 결국 청와대의 생각이라고 봐야 한다.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오른다면, 최근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진 고위 인사에 대한 청와대 경고설도 어느 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이제 마지막 변수는 옛 한일은행 세력이다. 지난주 후반부터 빠르게 치고 올라온 이광구 부행장이 이번 주 들어 내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에서 이순우 행장은 레이스를 포기했다. 이광구 부행장이 부상하면서 우리은행의 옛 한일은행 출신들도 결집하는 양상이다.

이동건 수석 부행장을 비롯해 옛 한일은행 출신들은 TK(대구·경북) 출신들이 많다. 이순우 행장도 TK 후광을 등에 업었었다. 다시 서금회와 TK 구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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