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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을 둘러싼 '로맨스와 불륜 사이'

  • 2014.12.02(화) 18:17

이광구 부행장 유력...뜨거워진 '서금회' 논란
옛 한일은행 출신들 결집..."KB금융 꼴 난다"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유력해진 분위기다. 가장 큰 변수였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했고,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듯 보였던 '서강금융인회(서금회)'출신이라는 점도 대세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금회 출신들이 정권 실세그룹과 손잡고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은 여전히 크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는 이순우 행장에 이어 이광구 부행장까지 옛 상업은행 출신들이 연달아 행장에 오르는 것에 옛 한일은행 출신들의 반감은 커지고 있다. 이런 점들이 막판 변수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 관치에 밀실 인사 vs 주주권 행사

처음 이광구 부행장의 내정설이 나돌 때만 해도 금융권은 반신반의했다. 워낙에 이순우 행장의 연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분위기는 확실히 돌아섰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이순우 행장은 자사주 1만 주를 매입하면서 민영화의 의지를 다졌다. 당시 우리은행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돌연 어제(1일) 오후 연임 포기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이날(2일) 이른 아침 8시께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렸다. 행추위는 이광구 부행장과 김승규 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 3명을 행장 후보로 압축했다.

이 행장의 부인에도 당국의 사퇴압박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되고, 이광구 부행장을 행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작업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전형적인 밀실 인사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후보를 추리는지 등 행장 후보 선정과정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한때 행장 후보로 정해진 3인에 대해서도 이 부행장만 명확할 뿐, 나머지 후보 2인에 대해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당국 일각에선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에 대한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는 반론도 나온다. 정부가 전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KB금융 등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주주권 행사라는 게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이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행추위 등 행장 선임 절차에 앞서 이 부행장의 내정설은 불거졌다. 게다가 이 부행장의 배경엔 대통령 동문으로 이뤄진 서금회라는 사조직이 있었다.


정부는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LIG손보 승인도 미루고 있다. 정부가 주인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까지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의 국면은 흡사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비아냥을 듣기에 딱 좋다.    


◇ 이광구 vs 한일은행 출신

우리은행 내 옛 한일은행 출신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이순우 행장과 이광구 부행장 모두 옛 상업은행 출신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장을 상업·한일은행이 번갈아 한 것이 나름 은행 내 채널 간 균형을 유지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면접 대상자로 압축된 3명의 후보자 가운데 이 부행장을 제외한 두 명의 후보는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다. 일단 구색은 맞춰놨다. 하지만 이 부행장의 행장 선임이 유력해지면서 나머지 후보 2명은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옛 한일은행 출신들도 결집하는 양상이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서금회 출신의 이 부행장이 행장이 되면 KB금융처럼 난장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금회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은 상업은행 출신의 행장에 대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서금회 출신에 대한 비판여론과 한일은행 출신들의 반격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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