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올해만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 구조 개선에 발 벗고 나섰다. 가벼운 자동차 사고도 보험료 지급 기준을 구체화하고, 부풀려진 외제차 부품 비용과 렌트비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8월 사고 크기가 아니라 사고 건수 위주로 보험료 할증 기준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바 있다. 다만, 금감원이 보험료 인상엔 여전히 난색을 보이고 있어 만성적자 구조를 어느 정도나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가벼운 사고도 수리기준 구체화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사진)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 구조 개선을 가장 큰 화두로 제시했다. 실제로 2010년 정부의 종합대책 이후 일부 개선되는 듯했던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2012년부터 다시 악화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부문의 영업적자는 2012년 5749억 원에서 작년엔 9418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간 1조 원대의 영업적자는 2010년 1조 5000억 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손보협회는 이에 따라 우선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도 속도와 사고유형, 파손범위 등에 따라 구체적인 수리방법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지금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같은 차종이 같은 사고를 당하더라도 고객이나 정비업체에 따라 수리방법과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 외제차 수리비와 렌트비도 합리화
외제차 수리비도 손본다. 지난해 기준으로 외제차 수리비는 평균 276만 원으로 94만 원에 그친 국산차의 2.9배에 달했다.
손보협회는 차량 부품가격 공개 통합 홈페이지를 만들어 가격 거품을 없애고, 대체부품 사용을 의무화해 보험금을 절감키로 했다. 외제차량 사고 시 동급의 국산 차량을 렌트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불필요한 렌트 사용기간을 단축하는 등 렌트비 지급 기준을 합리화한다. 실수리가 아닌 추정수리비에 근거한 보험금 지급을 억제하고, 수리비를 부풀리는 경정비업체의 보험견적 발급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온열요법을 비롯한 한방 물리치료 등 자동차보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수가와 적용 기준도 더 구체화해 부당진료비 지급을 차단키로 했다. 이밖에 자동차사고 예방을 위해 현재 0.05%인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0.03%로 강화하고, 과속•신호위반 등 중대 법규위반에 대한 범칙금 강화도 계속 건의하기로 했다.
◇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의료비도 정비
장 회장은 손해율이 100%를 크게 웃돌고 있는 실손의료보험도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특히 지급보험금의 70%를 차지하는 비급여 의료비 합리화를 강조했다.
손보협회는 우선 의료기관별로 명칭과 관리코드가 달라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비급여 의료비 코드 표준화를 건의하기로 했다. 또 건강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확인제도 활용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론 실손의료비 지급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각종 재난사고에 대비해 보상한도를 구체화하고, 미 가입시 제재 규정을 마련하는 등 재난 관련 의무보험 정비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독립법인대리점(GA)과 홈쇼핑 등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불완전판매도 함께 늘고 있는 만큼 ▲ 설계사 모집 이력 시스템 구축과 ▲ 퇴출대리점 우회진입 금지 ▲ 공시의무 위반 대리점 과태료 신설 등도 당국에 계속 건의하기로 했다.
장 협회장은 “손보업계의 재도약을 위해선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시의성 있는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보험은 받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는 손해보험에 대한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