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임 내정자는 금융 보신주의 타파와 핀테크•기술금융 지원이라는 기존 금융정책의 화두를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금융규제 개혁과 감독관행 혁신에 더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특히 임 내정자는 민간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첫 금융위원장이라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손톱 밑 현장규제 개혁과 함께 금융회사와 시장 친화적인 금융정책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과의 정책공조도 무난할 전망이다. 경제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정고시 후배다. 최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 내정자 모두 연세대 출신이기도 하다.
가장 큰 숙제는 가계부채 연착륙이다. 최 부총리와 관계가 돈독한 만큼 부총리의 부동산 경기부양 독주에 어떻게 제동을 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임종룡 NH농협 회장, 금융위원장 낙점
청와대는 17일 신임 금융위원장에 임종룡 현 NH농협금융 회장을 내정했다. 임 내정자는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24회 동기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에 이어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실장을 지낸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다.
사실 금융위원장 교체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제윤 현 위원장이 금융 보신주의 타파에서 핀테크, 기술금융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코드에 맞게 금융정책을 무난히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이번 인사를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신 위원장에게 특별히 문제가 있었다기보단 금융 보신주의 타파와 함께 금융규제 개혁과 금융혁신을 위한 분위기 쇄신용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NH농협금융 회장 임기가 오는 6월 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임 내정자를 배려한 인사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임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유력한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 금융규제 개혁과 금융혁신에 방점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에 오르더라도 금융정책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낡은 대출관행에 기댄 금융 보신주의 타파와 핀테크, 기술금융 육성 등이 꾸준히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 개혁과 감독관행 혁신에도 더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임 내정자는 옛 재정경제부에서 은행과 증권, 금융정책과장을 두루 거친 금융통인데다, 2년 가까이 NH농협금융 회장을 맡으면서 금융정책과 현장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 내정자는 지난 3일 열린 범금융 대토론회에 참석해 금융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특히 “충당금을 적게 쌓을 수 있으면 은행이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은행 건전성 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밝혀 충당금과 건전성 규제에 메스가 가해질 전망이다.
임 내정자는 “명문화돼있지 않은 규제나 구두지도 등도 개선해야 한다. 이런 걸 명문화하고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간 보이지 않는 현장규제 개혁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가계부채 문제가 최대 아킬레스건
반면 인터넷은행 규제는 대대적으로 풀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임 내정자는 “금산분리와 금융실명제, 개인정보 등은 금융위가 혼자 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경제라인간 정책 공조는 무난할 전망이다. 임 내정자는 금융정책을 전반을 두루 거친데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낸만큼 정책공조에 정통하다. 게다가 최경환 부총리, 이주열 총재는 연세대 선배로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는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 최 부총리가 지난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면서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에서 올해가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내정자는 정책공조와 조율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면서도 “이런저런 고리로 엮여 있는 최 부총리에게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금융위원장 내정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은 코치가 아닌 심판”이라면서 “자율과 경쟁으로 금융규제의 틀을 재정비해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금융 본연의 기능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