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고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다. 반면 행정고시 동기로 박근혜 정부 취임과 함께 금융수장을 맡아온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은 옷을 벗는다.
금융권에선 이번 금융위원장 교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적한 금융 보신주의 타파에 더 속도를 내는 한편 명실상부한 최경환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라인의 확장적 경기부양 정책 공조도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예상 밖의 신제윤 낙마
사실 지난달 17일 개각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낙마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KB금융 사태 등으로 교체설이 끊이지 않긴 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이 기술금융과 핀테크 등 청와대가 주문한 과제들을 앞장서서 충실하게 이행했고,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기던 부동산 대출 규제마저 무장해제를 하면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던 탓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에선 신 위원장이 낙마한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추측이 나왔다. 지난해 각종 금융사고의 책임을 뒤늦게 물었다거나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과 관련해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 명실상부한 최경환 체제 구축
이 가운데 최경환 부총리의 역할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금융업이 뭔가 고장 났다”면서 강하게 불만을 터트렸다. 핀테크나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도 “이것 갖고는 안 된다”면서 외환위기 직후 금융개혁위원회 수준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이 발언은 신제윤 위원장에 대한 질타로 해석할 수 있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기술금융과 핀테크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올해 업무계획 역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금융개혁을 화두로 내걸긴 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권 인사에 입김이 센 최 부총리가 자기와 손발을 맞추기 쉬운 인물을 금융위원장으로 민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임종룡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경제•금융 정책 라인 수장을 모두 연세대 출신이 독식하게 된다.
◇ 최경환•이주열 찰떡궁합 자랑
최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금리 인하 시그널을 주면 이 총재가 바로 화답하는 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12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최 부총리의 디플레이션 우려 발언에 화답했다. 시장에선 그동안 금리 인하 시그널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달에 시그널을 준 후 4월쯤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국은행은 여지를 두지 않았다.
임종룡 내정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낡은 보신주의 타파와 함께 금융개혁을 내세우면서 최 부총리의 발언에 곧바로 동조하고 나섰다. 반면 핀테크나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보안과 실효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거리를 뒀다.
◇ 확장적 경기부양 공조 더 강화
임 내정자가 이번 주 금융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하면 경제라인의 확장적 경기부양 공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임 내정자가 제안한 가계부채 협의기구가 주목받고 있다. 경제라인 수장들이 정책 공조에 나설 수 있는 공식적인 틀거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임 내정자가 가계부채 정책 공조를 통해 금융위에 쏠린 책임과 역할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이 협의기구를 통해 최 부총리가 오히려 경기부양 기조를 더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임 내정자는 이미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엔 손댈 의사가 없으며, 미세조정으로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보다는 경기부양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한국 경제에서 금융부문의 역할론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임 내정자의 금융정책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