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료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보험금은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보험사의 나쁜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무조건 소송을 제기하거나 가입자가 잘 몰라서 보험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례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제성이 약하고, 처벌 근거가 모호해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 보험사 소송 남발에 메스
금감원은 먼저 보험사의 소송 남발에 메스를 가했다. 보험사가 계약무효 확인 소송이나 민사조정 등으로 계약자를 압박해 보험금을 일부만 주거나 아예 보험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합의를 유도할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을 비롯해 엄중히 제재키로 했다. 소송관리위원회(가칭)를 보험사 내부에 설치해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심의의 객관성도 높이기로 했다.
소송 여부에 따라 보상 금액이 달라지는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보상도 현실화한다. 현재 약관은 운전자 과실 사망의 경우 위자료 상한이 4500만 원이지만 소송을 제기하면 최대 9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보험금 지급 방침을 변경하는 경우 고위 경영진의 승인을 의무화해 보험금 지급의 일관성도 높인다. 보험금을 얼마나 덜 줬느냐에 따라 높은 고과를 받는 보상담당자 성과지표(KPI)와 손해사정사 인센티브 제도도 개선한다.
▲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가 3일 '정당한 보험금 지급 관행 확립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 몰라서 못 받는 보험금 최소화
보험금 지급 누락 방지시스템도 만든다. 같은 보험사에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심사 담당자가 전체 보험 가입 내용을 확인해 보험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 있도록 연계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여러 보험사에 가입한 계약 역시 보험개발원 등이 해당 보험사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 미청구 보험금이 없도록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통사고 과실 비율도 더 쉽게 따질 수 있게 된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가해자와 피해자간 과실 정도를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 사항과 법원의 판결 추세 등을 반영해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 기준을 개정키로 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보험금이 오락가락하는 관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특히 약관에 따라 정액보험금을 줘야 하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는데도 일부 정황을 문제 삼아 감액을 요구하거나 반대로 민원을 우려해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보험금을 주는 사례가 있는지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아울러 보험금 산출 항목을 세분화한 ‘보험금 지급내역서’를 제공해 가입자가 보험금 산출 근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실손보험의 표준약관을 개정해 퇴원 시 처방받는 약제비도 통원비가 아닌 입원비로 적용키로 했다.
◇ 일부에선 실효성 논란
금감원은 보험금을 지연 지급한 경우 연체이자율도 상향한다. 지금은 4~8% 수준의 ‘보험계약 대출이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론 최고 15%의 대출 연체이자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밖에 등기 발송이나 팩스 전송, 스캔 이미지 전송 등으로 다른 보험금 청구 인정 방식도 통일한다. 일정 금액 이하의 보험금은 모든 보험사가 진단서 등 원본 서류의 스캔 이미지 등 사본도 인정하도록 했다.
일부에선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가령 보험금 지급 누락 방지시스템은 강제성이 없어 보험사의 자체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부당한 소송 남발에 따른 제재 역시 부당성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금 지급 규정상 논란이 전혀 없는 사례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약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관행을 정착시켜 보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