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아무도 몰랐다? 자연재해된 대우조선 부실

  • 2015.09.21(월) 17:36

산업은행 회장·전현직 대우조선 사장 '모르쇠' 일관
정무위원들 분통 "국정조사 열자" 목소리 높이기도

# "복잡한 조선 산업의 생산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기록이 있으면 맞을 겁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모든 것을 보고받지는 않습니다."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CFO)

#다들 몰랐고, 다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3조 원 손실이 자연재해입니까? 땅에서 솟았나요? 아름다운 5월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친 겁니까?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왼쪽부터)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정성립 현 대우조선 대표이사가 질의를 듣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21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올 2분기 예상치 못한 3조 2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피감 기관은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세 곳이었지만, 정무위원들의 화살은 대우조선 사태 책임 소재 가리기에 쏠렸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정성립 현 대우조선 대표이사,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대표이사, 김갑중 전 대우조선 CFO 등이 국감장에 섰다. 그러나 홍 회장을 비롯한 모든 증인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급기야 국감장에선 "아무도 몰랐다면 이게 자연재해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열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너도나도 "몰랐다"

정무위원들은 대우조선의 3조 원대 손실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경영진과 채권단의 사전 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먼저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홍기택 회장에게 화살이 쏟아졌다. 홍 회장은 "송구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대우조선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바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출신의 재무관리최고책임자(CFO)가 복잡한 조선 산업의 생산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의 전·현직 최고경영자들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고재호 전 대표이사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 경쟁사가 적자를 반영할 때 대우조선만 적자를 예상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다른 기업이 적자가 난다고 해서) 반드시 적자가 난다고 볼 수 없다"며 "해양플랜트 계약 구조의 복잡성과 각 회사의 제품구조 차이 등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성립 현 대우조선 대표 역시 "올해 취임하기 전까지 손실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취임 전 회사 상황을 점검해보다가 상황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현대와 삼성 등 경쟁사와 비교해보면 본격적으로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시점과 완공 시점이 대우조선과 9개월 정도 차이가 있다"며 "해양산업 특성상 손실 발생의 시점 차이도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재무 관리 책임자들도 "몰랐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갑중 전 CFO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나가기 전까지 적자의 내용에 대해 분석해보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고 했고, 대우조선의 회계감사를 진행했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상무는 "회계감사 기준에 따라 적절히 감사했다"고 주장했다.

◇ "국정조사로 책임자 가려내자"

정무위원들은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홍 회장에게 "복잡한 프로젝트이기에 몰랐다는 것은 파악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의동 의원의 경우 "아무도 몰랐다면 3조 원 손실이 자연재해냐"고 지적했고,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책임자가 누군지 밝히려면 국정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원들은 그러면서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 사태가 곳곳에서 이뤄진 낙하산 인사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였고, 이로 인해 사장 임기가 끝날 무렵 후보들 간 정치권 줄 대기, 실적 부풀리기가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의 경우 "대우조선 사외이사는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다"며 "낙하산 인사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뿐 아니라 산업은행의 거래 기업에 퇴직자들이 줄줄이 취업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은행 퇴직자 43명 전원이 산업은행 자회사, 투자, 대출회사 등 거래기업으로 재취업했다.

오 의원은 "투자 등을 빌미로 불합리한 요구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기택 회장은 "퇴직자 재취업자들의 투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