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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깃발만 꽂는 해외 진출은 가라

  • 2015.10.21(수) 09:30

[금융 新 먹거리 전쟁](2)
제자리걸음만 했던 금융사 해외 진출
현지화·핀테크 등으로 공격적 진출 모색

"해외지점을 설립하는 것으로 글로벌 은행이 될 수는 없다. 수익 능력을 키우고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개최한 '글로벌 역량 강화 세미나'. 한서상 중국공상은행(ICBC) 대표는 중국계 은행들의 글로벌화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과 일본 은행들은 자국 내 업무로는 더는 가파르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과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 성과 미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은행들은 영업환경 악화에도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아졌다. 대형 은행의 해외 부문 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2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덕분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도 은행들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해외진출 필요성 증대로 중국은행들의 해외사업(자산 기준) 비중은 2009년 말 6.2%에서 2014년 말 11.6%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은행의 해외진출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 타파를 위해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주요 은행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은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일본 BTMU 45%, 미즈노은행 35.1%, 호주 ANZ 17.1%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보험사나 카드사 역시 마찬가지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국내 보험회사들의 해외사업은 명확한 경영목표나 경쟁전략 없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극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도 최근 들어 해외 진출 소식이 줄을 잇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 해외진출 논의 활발, 변하는 금융사

금융사나 금융당국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금융사 해외진출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은, 내수만으로도 '먹고살 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는 데다가 핀테크 등으로 금융산업 전반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치면서 '이젠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이 여러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5일 '국내 금융사 해외진출 활성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금감원도 20일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역량 강화 세미나'를 열어 해외 사업 인력과 조직관리에 대해 논의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한 아세안 국가 대사들을 초청해 "한국 금융사의 아세안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사들도 그동안의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점이나 법인 설립 등 단순한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이제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화 작업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 성과 내기-현지화-아시아 공략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글로벌 손익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고 2020년까지 1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나은행도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자산 비중을 40%까지 끌어 올리자는 목표를 세웠다. 한동안 국내 사업에만 치중해왔던 KB금융도 해외진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중국, 미얀마 등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핀테크를 앞세운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캐나다에서 시작해 세계 각국으로 확대하는 하나은행의 원큐 뱅크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모바일 전문은행 플랫폼인 '위비뱅크'를 캄보디아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 신한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BME 등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소다라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등 해외 지점망을 늘리고 있다.

보험사와 카드사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KB국민카드는 라오스 현지 기업인 코라오그룹과 합작사 형태로 캐피탈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카자흐스탄에서 할부금융 영업을 시작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BC카드 역시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과 카드 프로세싱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해외영업에 소극적이던 생명보험사들도 대형사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과 투자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가 보험사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자회사 소유규제 완화 등 관련 규제를 정비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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