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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좋긴 한데...복잡한 심경의 뱅커들

  • 2015.12.02(수) 15:15

신한은행, 비대면 실명확인 '디지털 키오스크' 도입
대면 줄어 상품 마케팅 어렵고 인력 감축 걱정도

▲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 가운데)이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직접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 똑똑한 무인점포 등장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창구 업무를 대신할 무인점포가 등장했습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셀프뱅킹 창구인 '디지털 키오스크'를 도입했는데요.

정부가 비대면 실명인증을 허용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기존엔 반드시 은행 창구에 가서 실명확인을 해야 가능했던 거래들이 이젠 생체인증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신한은행은 안면·홍채·지문 등 다양한 생체 인증 방식 가운데 손바닥 정맥 인증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다른 생체 인식보다 높은 정밀도와 인식률을 가지고 있고 위·변조가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 손바닥만 살짝 댔을 뿐인데...

신한은행 거래 고객이라면 누구나 디지털 키오스크를 통해 각종 은행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해야 합니다. 키오스크에서 안내하는 대로 손바닥만 살짝 대면 되는데요. 이때 비접촉 인증방식이어서 손바닥을 살짝 띄운 상태에서 인식합니다. 위생적이죠.

 

처음 정맥 정보를 등록할 때는 본인 실명 확인을 위해 화상통화도 함께 진행합니다. 화질도 좋고, 목소리도 생생하게 잘 들리더군요. 이후 거래에서는 입출금 계좌 개설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화상통화 없이 정맥인증만으로 모든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 신한은행 제공


# 창구 업무 대신해주네

처음에 무인점포라고 했을 땐 결국 고객들이 찾아가야 하는 서비스이니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키오스크의 핵심은 기존에 은행 창구에 가야만 할 수 있는 업무를 은행이 문닫은 시간에도 가능하게 만든 데 있습니다.

인터넷뱅킹 이체 한도를 높이거나, 보안카드나 OTP 분실에 따른 재발급, 입출금 계좌 신규, 인터넷뱅킹 신규, 체크카드 신규 혹은 재발급, 부채증명원 같은 증명서 발급 등인데요.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이런 업무를 대신 해 줍니다. 신한은행은 현재 입출금 창구 거래량의 90%에 해당하는 총 107 가지의 창구 업무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 안그래도 탄력점포 만들라는데… 

그렇지 않아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4시 문닫는 은행' 발언 이후 은행들은 앞다퉈 탄력점포를 확대하겠다고 했는데요. 이에 대한 압박이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탄력점포를 만드는 것은 노조와 협의도 해야 하고,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굳이 은행 영업시간을 늘리거나 조정하지 않아도 되니, 탄력점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존 자동화기기 운영시간과 같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운영되고요. 영상통화에 의한 거래는 평일 오전 9시에서 밤 9시, 주말·공휴일 12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내년부터 디지털 키오스크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24시간 운영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오늘(2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디지털 키오스크와 모바일뱅킹을 확대한 '써니뱅크' 시연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업무 중에 은행 방문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이 스마트폰이나 이런 키오스크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돼 편의성이 높아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 어! 그럼 우리는? 복잡한 심경의 은행원

손바닥만 갖다 대면 체크카드도 그 자리에서 발급해주고 통장도 바로 만들어주니 은행원이 생각해도 세상 참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은행의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긍정적이라고만 할 순 없어 보입니다. 우리나라 은행 영업이란 게 창구에 들른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면서 카드 상품도 팔고, 펀드 상품도 파는 건데요. 이제 이런 게 점차 힘들어질 테니까요. 이것 역시 온라인이나 전화 등으로 대체되겠지요.

은행원의 고민은 또 있습니다. 창구에서 처리했던 업무를 이제는 이런 기계나 스마트폰이 대신해주니 업무 부담이 줄어들어 좋기는 합니다. 다만 또 한편으론 점차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점포 수 줄이고, 어떤 은행은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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