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은행권 디지털 한파]③달라진 은행 사용법

  • 2017.01.16(월) 17:25

계좌 신규 개설부터 대출까지 비대면으로 모두 OK
디지털 플랫폼 강화‥대출보단 고수익 WM·CIB 강화

3년 차 직장인 김자동 씨는 사무실 빌딩 1층에 시중은행 영업점이 있지만 은행을 언제 방문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가끔 로비에 있는 ATM기에서 현금을 찾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현금 쓸 일이 많지 않아 손에 꼽을 정도다. 얼마 전 이사하면서 받은 전세자금대출도 은행 앱을 이용해 받았다. 지난 겨울 휴가 땐 환전수수료를 90%까지 우대해준다고 해서 역시 앱을 통해 신청하고, 공항 ATM기에서 바로 외화를 출금해서 출국했다.

금융소비자의 은행 사용법이 달라지고 있다. 점포를 찾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금융서비스가 더욱 확대되고 있고, 코 앞에 있는 은행 영업점도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과 함께 이런 변화는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은행권에 '디지털 한파'를 몰고 왔고, 은행의 생존 전략까지도 바꿔놓고 있다. 비대면 마케팅을 비롯해 은행권의 디지털 전략은 이제 불가피한 생존 존략이 됐고, 예금이나 대출 등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만으론 설 자리가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를 자산운용(WM)이나 신탁, 투자금융(CIB) 부문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 소비자의 은행 사용법 달라졌다

금융소비자들은 더는 은행 영업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온라인을 통해 신규 계좌개설을 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은행에선 신용대출은 물론이고 각종 서류 제출이 필요한 주택담보대출까지도 앱과 전자문서 등 비대면으로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신한은행이 유어스마트라운지(디지털 키오스크)를 선보인 이후 우리은행도 가세해 위비스마트 키오스크를 내놨다. 계좌개설, 각종 서류발급, 체크카드 발급 등 기존에 은행 영업점에 나와야만 가능했던 업무의 상당 수를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도입 당시부터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는 현재보단 다가올 미래 즉 상당 수의 점포가 사라진 시대에 대한 대응이란 측면에서 생각하면 의미는 남다르다. 여전히 몇 발짝 움직이면 영업점을 찾을 수 있는 시대엔 무용지물일 수 있지만, 점차 영업점 수가 줄어들게 되면 이러한 기계들로 자연스레 대체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바꿔 말하면 단순한 입출금, 혹은 신규 등 이른바 빠른 창구에서 이뤄지는 단순업무나 대출서비스 만으론 은행 영업점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단 얘기이기도 하다.

 

▲ 지난 2015년 12월 비대면 실명인증이 처음으로 시도되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 가운데)이 신한은행의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직접 손바닥 정맥인증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이명근 기자 qwe123@


◇ 은행 생존전략도 달라졌다

은행들은 한때 영업점에 나온 고객을 대상으로 펀드를 팔고, 신용카드도 파는 등 교차판매를 통한 수익 내기에 열을 올렸다. 최근 1~2년새 내점고객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더는 교차판매도 어려워졌다.
은행들이 최근 하나멤버스, 위비멤버스 등 각종 멤버십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또 새로운 플랫폼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고객을 끌어모으는 채널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뜻한다.


이같은 은행들의 전략은 올해 은행권 조직개편을 통해서도 두드러졌다. 비대면을 강화하고, 디지털금융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관련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KB금융은 디지털금융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데이터분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에 데이터분석부를 새로 만들었다. 지주 미래금융부 산하에 KB이노베이션 허브 조직을 두고, 은행 미래채널그룹엔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 유닛을 새로 만들었다.

신한은행도 디지털전략본부를 새로 만들고, 디지털금융본부와 스마트론 센터 등을 신설해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대응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KEB하나은행도 미래금융사업본부의 부서 형태를 IT회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셀(Cell)'조직으로 탈바꿈하고 반전을 노렸다.

 

수익구조 역시 이같은 변화와 맞물려 하나같이 자산관리(WM), CIB(투자금융), 신탁 등 고수익 사업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 영업점의 존재 이유 역시 고객들의 자산관리나 고수익의 기업금융 모델에서 찾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제 많은 인력과 점포로 예금과 대출을 해주는 시대는 지났다"며 "적은 인원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WM, CIB모델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리즈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