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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新머니전쟁]⑤은행의 여유…긴장의 기업구조조정

  • 2016.06.27(월) 16:33

"더한 위기 와도 견딜 수 있다..외화유동성 충분"
기업구조조정엔 돌발악재‥자산매각등 차질 우려

2008년 '리먼 사태'의 경험이 약이 됐을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각 은행들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외화유동성 상황 등을 점검하되 그동안 보수적으로 관리한 덕에 더 어려운 상황이 와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브렉시트는 오히려 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쪽에서 생각지 못한 악재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칫 투자심리 위축으로 조선 3사의 자산 매각 등 자구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경기회복이 더뎌 지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모습. /이명근 기자 qwe123@

◇ 국내은행 '리먼사태' 약됐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은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통화스왑을 통해 달러를 제공받고, 은행자본확충펀드로 자본을 확충해야 했다. 당시의 뼈아픈 경험 덕분에 국내은행은 외화유동성을 더욱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상황이 3개월 지속되는 경우에도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긴급회의를 열어 주요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점검한 결과도 현재까지 양호한 상황이다.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은 108.5%로 감독당국의 지도기준인 85%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극단적인 시스템적 위기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지난 2008년 위기 이후 꾸준히 개선돼 왔다. 기존에 모니터링 비율로 규제하다가 내년부터 공식 규제로 적용, 내년 6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오는 2019년까지 80%로 올려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현재 국내은행들은 60%를 넘고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 당시 외화유동성과 자본적정성이 악화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은행인 A은행 자금부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와 비교해도 시장의 변동성이 미미한 수준이고, 사실 과거보다 훨씬 큰 위기가 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굉장히 충분한 외화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B은행은 애초 이번주쯤 선순위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계획이다. B은행 고위관계자도 "이번주라고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 유럽시장이 처음 열리니까 시장상황을 좀 더 지켜볼 계획"이라면서 "국내은행들엔 현재까지 전혀 영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가 부도 위험을 뜻하는 CDS프리미엄 상승폭도 과거 위기보다 낮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CDS프리미엄이 올라가면 해외 채권 발행 비용도 올라간다.  24일 기준 CDS프리미엄 상승폭은 6.5bp로 지난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21bp상승(2011년 8월8일), 리먼브라더스 파산(2008년 9월15일) 23.6bp 상승했던 수준보다 낮았다. 


◇ 기업 구조조정엔 악재

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쪽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자산 매각 등의 자구계획과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대우조선은 국내외 자회사 14개를 내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를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5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자산 매각과 설비 감축 등을 통해 1조50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구안의 상당부분이 자회사나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실탄을 확보하는 것인데 브렉시트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은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1조원 넘는 현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서 시장 상황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 역시 가뜩이나 조선사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이나, 대기업 대출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더욱 보수적으로 여신운용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해서도 현재 추진중인 자구계획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라"고 당부하면서 "기업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막거나 구조조정 과정에 혼란을 발생시키는 일이 없도록 여신운용을 해달라"고 언급한 점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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