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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新머니전쟁]⑧잘나가던 정유업계 '움찔'

  • 2016.06.27(월) 18:05

유가 급락 후 불확실성 증폭
정유업계 '재고손실 확대' 우려

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금융시장 뿐 아니라 국제유가도 혼란에 빠졌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 재고량 감소와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의 영향을 받으며 상승 추세였다. 하지만 브렉시트 결정 이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정유사들은 유가의 추가 하락을 비롯해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유가 급락으로 인해 수천억원의 재고손실을 떠안은 경험 탓이다. 저유가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정유사 실적도 안갯속에 빠졌다.

 

 

◇ 브렉시트 절벽에 막힌 국제유가

 

27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 대비 2.47달러(4.9%) 하락한 배럴 당 47.6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역시 각각 1.01달러(2.2%), 2.5달러(4.9%) 떨어진 45.47달러와 48.41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상승세를 지속했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수 감소와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발생한 산불,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의 석유회사 위협 등으로 인해 공급량이 줄며 타이트한 수급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WTI의 경우, 지난 7일에는 배럴 당 5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브렉시트 이슈가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이는 유가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실제 등락을 반복하던 국제유가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둔 지난 23일,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을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 영향을 받아 상승하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자 유가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전환했다. 향후 흐름도 미궁 속으로 빠진 상태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연구위원은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려면 거쳐야 할 정치적 과정이 많이 남았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예측하기 힘들다”라며 “이로 인해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늘면서 국제 원유시장에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와 나이지리아에서의 생산 재개 여부 등 원유 수급 상황 등도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잘 나가던 정유사, 재고손실 악몽 우려

 

지난 2014년 4분기는 국내 정유사들에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그해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했고, 4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해 대규모 재고손실까지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한 뒤 국내로 들여오기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해 유가가 급락할 경우, 비싼 가격에 들여온 원유로 만든 제품을 싼 가격에 팔아야 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4년 4분기 당시 에쓰오일은 3100억원의 재고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재고평가 손실 확대로 주력인 석유사업에서 58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위인 GS칼텍스도 정유사업에서 571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국제유가는 급락한 이후 지난해부터 하향 안정화됐고, 이에 힘입어 정유사들의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 원료가격은 낮아진 반면 저유가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늘며 정제마진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저유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분기에는 정유4사 영업이익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1분기 이후 정제마진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2분기 이후에도 정유사가 이익 성장을 거두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시장 평가였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변동성이 심해졌다는 것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는 물론 시장에서도 유가의 낙폭이 향후 이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로 인한 유가 변동성 및 환율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만 2014년 4분기 수준의 급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최근 3개월 동안 이어졌던 유가의 회복세가 꺾였다”며 “특히 달러 강세로 인한 유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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