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는 당장의 충격을 넘어 향후 크고 작은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도 상대적으로 제한되겠지만 브렉시트 과정에서 마찰을 빚거나 다른 EU 국가들의 연쇄적인 탈퇴로 번질 경우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위기로까지 번질 경우 그에 따른 혼란을 한국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전망이다.
◇ 영국 EU 탈퇴 시나리오 셋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 정부는 EU 탈퇴를 위한 절차를 즉각적으로 개시하게 된다. 다행히 리스본 조약에 따라 당장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며 2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동안 EU 국가들과 협상을 거치게 되며 협상 기간이 지나면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누렸던 기존 권리들은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EU 탈퇴후 영국에게는 몇가지 대안이 있다. 먼저 노르웨이처럼 EU 단일시장에 계속 접근하되 EU 관련 규제 또한 준수하는 경우다. 노르웨이는 EU 비회원국이지만 대부분 분야에서 EU 국가들과 무관세로 무역을 하고 있다. 다만, 노르웨이 모델은 역내 자유통행이 가능한 셍겐조약을 허용하고 있어 이민자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브렉시트를 통과시킨 영국에 부담일 수 있다.
스위스나 캐나다처럼 EU와 양자협정 체결도 가능하다. 이 경우도 EU의 의사결정에서는 배제되며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해서는 다양한 EU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스위스는 EU 회원국과 일일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고 캐나다는 EU와 포괄적 협정을 맺고 있다.
아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최소한의 무역자유화만 누릴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EU 단일시장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고 사실상 영국이 고립되면서 제반비용이 커질 수 있다.
결국엔 영국은 EU 단일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새로운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영국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델의 경우 회원국의 반발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 탈퇴 절차를 2년안에 마치지 못하면 EU에 재가입해야 하지만 이 또한 회원국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EU 개별국 입장에서 영국이 최소한의 비용도 내지 않고 단일 시장 접근이라는 혜택만 얻으려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협상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 수차례 들썩일 수 있고 한국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브렉시트 발생 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기업이익이 각각 0.4%포인트와 3.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영국만 EU에서 탈퇴하는 것에 그치고 EU 탈퇴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한국에도 그나마 가장 최상의 그림이다.
◇ EU 연쇄 탈퇴 시 '일파만파'
더 큰 문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유럽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다. 이미 시장에서 EU 역내의 EU 반정서 확대에 따른 시나리오도 다양하게 그리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에 앞서 그리스와 스페인 등 다수의 유로존 국가 국민들은 EU에 반발해왔고 EU 탈퇴가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의 순조로운 EU 탈퇴만으로 마무리된다면 금상첨화지만 현재로서는 EU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EU와 유로존은 시작부터 충분한 통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정치적 이유로 통합을 진행했고 과거 유로존 위기 등에서 이미 균열이 확인됐다. 여기에 브렉시트는 기름을 붓는 격일 수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은 향후 EU 탈퇴를 둘러싼 노이즈가 커질 전망이며 EU 잔류 지지율이 60%를 밑도는 국가들도 체코와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10개국에 달한다. 현재로서는 EU 내에서 추가 탈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실제 확산 여부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 G2 리스크로 확대 가장 최악
더 최악은 유럽의 균열이 전세계 보호무역 주의를 키우고 미국과 중국 등 G2 리스크로 확대되는 것이다. EU 회원국의 연쇄적인 탈퇴에 이어 미국과 중국 경제까지 위태로워진다면 세계 경제 침체는 불보듯 뻔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 또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브렉시트 통과만으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옅어지게 됐고 향후 11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브렉시트를 겪으면서 시장에서는 브렉시트와 비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은 하반기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지목되고 있고 브렉시트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중국의 EU 수출 비중은 미국에 이어 2번째며 대영 수출 규모는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17%를 차지한다. 영국 EU 탈퇴가 유럽 경기둔화를 부추기면 중국 경제 타격도 커질 수 있고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
한국도 유럽에 이어 미국과 중국이 흔들린다면 상당한 경제 충격에 빠질 수 있다. 유럽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선이지만 G2 국가(미국 13%, 중국 26%)까지 합칠 경우 50%까지 늘어난다.
다만 중국의 경우 글로벌 변동성 확대 시 적극적은 통화정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지만 또다른 위기로 치닫을 가능성은 말 그대로 최악을 가정했을 때의 시나리오로 아직은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