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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주의보]⑤낙하산에 없는 세 가지

  • 2016.10.05(수) 13:39

내부 출신보다 전문성 갖추기 힘들고
회전문 인사로 조직 중장기 발전엔 독

#"나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 성공한 낙하산이 될 거다." 2013년 4월 7일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내정자

#"보험을 제외하고 은행 증권 캐피탈 등 전 부문에서 일한 경력 등을 볼 때 보은과는 거리가 멀다." 2016년 2월 1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대부분의 낙하산 인사들의 한결같은 항변이다. 그렇다면 전문성을 갖춘 낙하산은 괜찮다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을까. 혹은 전문성 있는 낙하산 자체가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들 스스로 생각하는 전문성과 해당 기관이 요구하는 전문성이나 실력에서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낙하산 인사의 대부분이 외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십 년간 해당 조직에서 일해온 내부 출신보다 전문성이 뛰어나기도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 성공한 낙하산 나오기 어렵다

국책은행과 금융공공기관 심지어 민간 시중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까지 수많은 낙하산 인사들이 거쳐 갔다. 그중에 성공한 낙하산을 꼽기는 쉽지 않다. 이번 정권만 예를 들어도 실패한 인사들만 수두룩할 뿐이다.

윤용로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업은행장을 거쳐 외환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성공한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고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국책은행의 거의 유일한 연임 사례로 꼽힐 정도다.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한 데다, 대부분의 낙하산 인사가 힘 있을 때 혹은 줄 있을 때 한자리하고 넘어가자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인 비전을 그리기보다는 현직에 있을 때 탈이 없는 게 우선이다. 이런 구조에서 성공한 낙하산이 나오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 전문성과 실력도 먼 얘기

낙하산 인사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전문성 혹은 '전문'의 사전적 정의(다음 사전)는 '한 분야에 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그 일만을 함'이라고 나와 있다. 

이를 광범위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직장에서 20년 30년 일해온 내부 출신 인사야말로 전문성을 갖춘 인사인 셈이다. 그런 면에선 이들보다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가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

그동안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공기관에서 관피아로 불리는 관료 출신들이 득세했던 것은 정부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데다 정책금융이라는 연결고리 때문이다.

또 예산과 같은 내부 살림살이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도 정부의 협조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이런 이유로 해당 기관 역시 '더 힘센' 인사가 오기를 기대하며 낙하산 인사를 자초했고 또 합리화해 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MB 시절 실세 장관이기도 했던 강만수 전 회장 시절을 떠올리며 "당시엔 공무원들이 오히려 필요한 게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한다. 

산업은행은 민유성, 강만수, 홍기택 전 회장들을 거치며 민간 금융회사 출신, 관료 출신, 교수 출신을 모두 겪어왔다. 모두 각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인물들이지만 결국 산업은행엔 오점만을 남기고 퇴장했다. 

▲ 서별관회의 파문을 일으킨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지난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이명근 기자 qwe123@

서금회 출신의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역시도 금융 분야에서의 경력은 화려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고 시중은행장(우리은행) 경력도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장을 맡은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나, 수출입 관련 주요 업무에서 허술함을 드러냈다. 결국 외부 인사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금융회사 한 고위관계자는 "각종 위원회, 사외이사 경력을 경험이라고 할 순 있지만 상시적으로 일을 접했던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적어도 기관장을 하기 위해선 상근을 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취지로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수년간 '금융회사 근무 이력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이해가 달린 만큼 먹혀들지 않고 있다.  

◇ 더는 행장 꿈꾸는 행원 없다


언제부터인가 장관 자리를 국회의원 출신들이 꿰차면서 점차 장관을 꿈꾸는 사무관, 공무원들이 사라지고 있듯 행장 혹은 기관장을 꿈꾸는 행원이나 사원도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당장 낙하산 인사로 인한 폐해도 문제이지만 직원들에겐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인센티브가 사라지면서 중장기적인 조직의 발전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교수는 "CEO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이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고 일찌감치 CEO 되기를 포기하고 적당히 월급만 받고 가겠다는 조직의 발전과 충성도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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