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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한 서민금융, 합친다고 살아날까?

  • 2016.10.05(수) 15:06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서민금융 컨트롤타워"
복잡한 정책상품 통합…시너지 내려면 '먼 길'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햇살론, 새희망홀씨.

종류도 많고 어떤 상품인지 알기도 어려웠던 서민금융 상품을 통합해 취급하는 기관이 출범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다. 정부가 그동안 체계 없이 연달아 내놨던 이런 상품을 모아 서민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하겠다는 게 설립 목표다.

김윤영 초대 서민금융진흥원장은 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요자의 특성과 자금 용도에 맞춰 적정한 상품이 빠짐없이 공급되도록 할 것"이라며 "향후 이런 상품의 중복 기능을 통합해 수요자의 특성과 자금 용도별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기관이 기존의 상품만 모아놨을 뿐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합 브랜드 설립을 장기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추상적인 계획만 내놓기도 했다.

◇ 전국 33곳 통합센터에서 '원스톱' 지원

서민금융진흥원은 기존의 미소금융재단과 신용보증재단, 국민행복기금 등으로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정책 상품을 한데로 모아 취급하기 위해 설립했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서민금융 상품은 자영업자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근로자 생계와 대환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등이 있다.

이런 정책 상품들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관 기관이 다르고 정작 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이런 상품을 체계 없이 내놔 기능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 서민금융진흥원 취급 상품. 자료=금융위원회

정부는 진흥원에 관련 재원과 데이터를 모아 이런 시스템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 33곳의 서민금융진흥원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서민들에게 맞는 대출상품을 지원해주거나 자활을 돕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목표다.

◇ 김윤영 초대 원장 "한번 방문으로 모든 상품 지원"


진흥원은 향후 추진 과제로 '지원 대상 선정 혁신', '상품 브랜드 통일', '전달체계 혁신' 등을 제시했다. 특히 올 연말까지 설치하는 70여 곳의 고용복지센터와 연계해 채무관리뿐 아니라 취업, 창업, 노후 설계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또 기존 서민금융 상품의 중복 기능과 사각지대를 찾아내 상품 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런 상품 브랜드를 통일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윤영 원장은 "서민금융의 수요자인 서민은 생활 여건상 여러 장소를 방문할 여유가 없는 데다가, 이용 가능한 상품에 대한 인지도도 낮은 것인 현실"이라며 "다수 기관에서 수행하던 것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입주하도록 해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옥상옥 우려 여전…구체적인 계획 '아직'

그러나 이런 설립 취지에도 불구하고 진흥원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기존에 있던 상품들을 모아놓긴 했지만, 그동안의 홍보 방식 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사·중복 기능의 통합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는 향후 추진과제를 밝히는 자리였는데,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못했다. 브랜드 통합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통합을 고려하겠다는 정도"라고 설명하는 데 그쳤고, 기존 기관의 DB(Data Base) 통합 역시 "현재 전산은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돼 차세대 전산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라고만 했다. 

고용복지 센터와의 연계를 통한 자활 지원 서비스의 경우 그동안 금융당국이 내놨던 추상적인 계획 수준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기구들을 정부 주도로 무작정 통합해 만든 기관이기 때문에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등의 우려가 현실이 되면 명분만 그럴듯한 조직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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