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고 하죠. 우리 주머니 사정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은데, 깜짝 실적이라니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경제에도 '깜짝 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축 처지기만 했던 경기가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 경기와 관련한 여러 지표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과연 이번에는 경기가 살아나 우리 가계 경제에까지 훈풍이 불까요?
◇ 경제성장률 상승…전망도 '맑음'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경제(GDP)성장률이 0.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예상치가 0.7~0.8%가량이었는데 더 높은 실적을 기록했으니 '깜짝 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해 1월에는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는데 지난달에 이를 2.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겨우 0.1% 올랐는데 이게 왜 대단한 일이냐고요? 한국은행은 지난 3년 동안 성장률 전망치를 한 번 내놓은 뒤 하향 조정하기만 했습니다. 3년간 지속해서 예상보다 경기가 더 안 좋았던 겁니다. 관련 기사 ☞ '3년째 시름시름' 한국 경제…살아날 조짐 보인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결국 올해 1년간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는데 1분기 성적을 보니 예상보다 더 괜찮은 성적표를 받은 셈입니다.
◇ 소비·취업·수출 전망도 낙관
이뿐만 아닙니다. 곳곳에서 경기 관련 지표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볼까요? 이달에는 101.2로 전월보다 4.5포인트 올랐습니다. 3개월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CCSI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소비자들에게 돈 쓸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취업경기전망도 2009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주택가격전망과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등도 모두 오름세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출 전망도 밝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향후 수출경기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수출 선행지수가 전년 동기보다 10.7%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분기 5.2%의 두 배 높은 수치입니다.
◇ 수출 대기업 위주 성장 '한계'
이렇게 경기 곳곳에 훈풍이 부는데 우리는 왜 느끼지 못할까요? 성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성장은 일부 수출 대기업이 이끌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수출이 증가해 설비투자가 늘었고 결국 성장률도 올랐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제외한 다른 업종의 경우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제 성장이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계가 체감할 수 있는 소비와 소득, 고용 지표는 어떨까요?
▲ 자료=한국은행 |
올해 1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0.4%로 전 분기 0.2%보다는 다소 올랐습니다. 그러나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0.6%였으니까요.
소비가 아직 주춤하다는 것은 우리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큰 분야에 훈풍이 불어야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아니라는 겁니다.
고용 지표에도 아직 냉기가 흐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실업률은 4.0%로 전달보다 0.4%포인트 올랐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10.8%에 달합니다.
◇ 구조적 문제에 대외 악재 어쩌나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인구 고령화 등 짧은 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있고 미국은 금리 인상을 시작했습니다. 가계부채가 서민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수출 대기업의 훈풍이 퍼지려면 일자리를 늘려 가계의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래야 소비까지 늘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키우고 창업을 독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함께 잘 돼야 경기 전반에 따듯한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큽니다.
때마침 대통령 후보들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늘리고 창업을 독려하겠다는 공약도 보입니다. 관련 기사 ☞ [대선 키워드]①일자리 vs 창업…'성장론 대결'
'깜짝 실적'이 '반짝 실적'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새 대통령이 약속을 꼭 지켜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