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나선 것은 '영토 확장'을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현재 18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법인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 '캐시카우' 자회사는 우리카드 한 곳뿐이다. 금융 시너지를 위해서는 증권과 보험 등 핵심 자회사가 절실한데 현행법에 따라 대규모 인수합병(M&A)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M&A 규모가 10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은행법은 은행의 건전성을 위해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있다. 은행법 37조에 따르면 은행은 한 회사의 지분 15% 이상을 소유할 수 없고, 지분 15%를 넘을 경우 은행의 출자한도를 자기자본의 20%를 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올 3월 우리은행 자기자본은 22조원으로, 자회사 출자한도(20%)는 4조원대로 추산된다. 이중 18개 자회사에 투자된 출자금을 제외하면 남은 출자여력은 6000억~7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7000억원을 넘는 '물건'은 사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게 되면 인수여력은 확 커진다. 2009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출자한도(자기자본 100% 이내)가 폐지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 등으로 금융지주회사의 재무안전성을 감시하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출자가액(장부가)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감독원은 13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뒤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적용받게 되면 우리은행의 출자한도는 25조원 내외로 확대된다. 우리은행과 18개 자회사 출자액을 제외해도 지주회사 출자한도 여력은 7조원까지 생길 것으로 우리은행은 추산하고 있다. M&A 인수 여력이 현재 7000억원에서 7조원대까지 늘어나게 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지주회사 추진 자료를 내 "내부검토 결과 지주체제 전환시 출자한도 증가로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의 확대가 가능해진다"며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다양한 업종에 진출해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M&A 리스트'에 증권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을 담은 셈이다.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자회사간 협업도 쉬워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행법상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우리은행과 카드 등 자회사가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돼 맞춤형 공동상품 개발, 복합점포 운영 등이 가능해져 경쟁력이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진출도 활발해진다. 이 관계자는 "국내는 금융 자회사간 공동출자를 통해 M&A가 불가능하지만 해외는 공동출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 승인을 받은 뒤 금융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가 신청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우리은행이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것 자체가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4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은행에 대해 '선 지주사 전환, 후 잔여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도 지주사 전환에 힘을 실어줬다. 현재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18.43%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해 지주사 전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인가가 완료되면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1월에 '우리금융지주'가 출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2001년 국내 금융사중 최초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했지만 2014년 민영화과정에서 증권과 보험 등을 매각하면서 지주회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내년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하게 되면 5년만에 다시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