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해 금융사 인수에 나설 예정이어서 금융M&A 시장이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국내 금융의 역사를 살펴보면 M&A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은행이 흡수·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금융지주사가 출범하면서 보험사,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사의 주인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금융업계 M&A 열풍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 금융의 M&A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 은행, 흡수와 합병의 역사
대표적인 금융업인 은행의 경우 수많은 흡수·합병의 역사를 거쳐 왔습니다.
2018년 현재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은행은 총 19개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16개 시중은행이 영업중입니다.
혹자는 16개나 되는 시중은행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은행수만 해도 16개가 넘습니다. 존재했던 은행 수만 따져보면 현재보다 2배 많은 은행들이 있었던 셈입니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많은 수의 지방은행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오늘날 은행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많은 수의 은행을 통합하려는 정부의 의중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1997년 외환위기의 영향이 컸습니다. 외환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이 도산하게 됐고 동시에 은행들 역시 부실화 되면서 다른 은행에 흡수합병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외환위기로 위기를 맞은 한국장기신용과 대동은행을 흡수했습니다. 이후 외환위기로 동남은행을 흡수했던 한국주택은행과 2001년 통합하면서 현재의 KB국민은행이 탄생하게 됩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동화은행을 인수한 이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내놓은 조흥은행과 2006년 흡수합병 하면서 덩치를 키웠습니다. 조흥은행의 경우 앞선 외환위기 당시 충북은행과 강원은행을 합병한 바 있습니다.
KEB하나은행도 마찬가집니다. 1991년 출범한 하나은행은 1998년 충청은행을 인수한 이후 1999년 보람은행과 통합했습니다. 여기에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했고 2015년에는 2012년 인수했던 외환은행과 뒤늦게 합병한 이후 KEB하나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휘청거렸던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하면서 한빛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이후 2002년 평화은행과 합병하며 현재 우리은행이 됐습니다.
아울러 과거 존재했던 제일은행은 미국 투자회사인 뉴브리지캐피털에 1999년 매각된 이후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이 다시 사들이면서 현재의 SC제일은행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외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 경남, 전북, 광주, 대구, 제주은행이 현재까지 명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은행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명목아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출범시켰습니다.
이처럼 외환위기로 부실화 된 은행들의 흡수합병을 통해 살아남은 은행들은 덩치를 키우며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내부에 '출신 계파 성분'이라는 갈등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점은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은행 관계자들은 "계파 갈등은 청산됐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여전히 계파갈등이 은행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금융지주 출범, 활발해진 M&A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업계도 인수합병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금융지주회사가 있습니다.
정부는 금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국내 금융사의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2000년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가능토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신설했습니다.
이후 2001년 우리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처음으로 탄생한데 이어 신한은행을 주력으로 하는 신한금융지주도 같은 해 출범했습니다. 뒤를 이어 2005년 하나금융지주, 2008년 KB금융지주가 각각 탄생했습니다. 2012년에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가 신경분리를 통해 새롭게 금융지주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정부가 민영화를 위해 지난 2014년 해체했습니다.
지방에서는 현재의 BNK금융지주가 지난 2011년 BS금융지주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지방금융지주로 이름을 내걸었습니다. DGB금융지주도 2011년에 출범했으며 JB금융지주는 2013년에 출범했습니다.
금융지주회사법 신설 목적처럼 이들 금융지주들은 다양한 금융자회사를 두며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 하게 됩니다. 동시에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촉발되면서 서 M&A를 통한 금융지주들의 몸집 불리기도 치열해 졌습니다.
금융지주들은 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통합 등을 통해 규모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보험, 증권, 카드 등의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비은행권의 M&A는 지주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효자' 역할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비은행 계열사 M&A '효자'들은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한 LG카드(현 신한카드), KB금융지주가 인수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농협금융지주가 인수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BNK금융지주가 인수한 경남은행 등이 꼽힙니다.
신한카드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1391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을 냈습니다. KB손해보험과 KB증권은 각각 789억원, 949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자리에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여기에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지주가 부실 및 퇴출 대상 저축은행까지 인수하면서 규모가 확대됐고, 제공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의 영역도 넓어졌습니다.
◇ 금융업계 M&A 열풍, 앞으로도 '쭈욱'
이처럼 M&A가 금융지주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증명되자 주요 금융지주들은 앞으로도 비은행 계열사 중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국내 금융업계 M&A시장에는 매물로 꼽히는 회사들도 나와있는 상황입니다. ING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등 보험사를 비롯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올초부터 생명보험사 M&A의사를 타진한 이후 ING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물밑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JB금융지주의 경우 증권사 M&A시장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아울러 금융지주사로의 재추진을 공식화한 우리은행은 증권, 보험 등 다양한 비은행 계열사를 품에 안기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영역확대를 위해 해외 M&A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지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주효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 때문에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국내 금융지주들의 M&A 열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