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어디로 튈지 가늠이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방향은 잡아야 한다. PB(Private Banking)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시장, 어떤 투자를 해야 하나? [편집자]
지난 24일 주식시장 마감 직후 만난 김현식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진짜 어려운 장"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낙폭이 컸다. 시황기사는 밋밋하고 충격이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최근 주가는 많이 빠졌다. 지난 23일 코스닥지수가 4% 하락했다. 코스닥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루만에 10% 폭락했다. 패닉이다. 유독 한국만 그랬다."
30억원 이상 예금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강남스타PB센터에서 그는 가장 오랜 기간(6년) 근무한 PB(Private Banking)다. 국내에선 한 지점에서 5년 이상 일하는 PB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내부통제강화'를 이유로 은행직원이 한 부서에서 3~5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 장이 어려운 이유는
▲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갈등이다. 중국이 가장 타격이 크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시장도 같이 타격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이 시끄럽다. 이날 위안화 절하 폭이 근래들어 가장 컸다.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무역분쟁과 환율전쟁이 맞물려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중 하나는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측에서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 주장하지만 위안화는 실질적으로 계획경제 아래에서 움직인다.
-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점점 부정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 해결되더라도 애를 먹이다 해결되지 않겠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때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 이런 장에서 고액 자산가도 타격을 받나
▲ 투자심리가 얼어붙는다. 자산에 따라 지금이 오히려 적절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영향을 받는다. 물론 현금을 쥐고 있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투자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PB입장에선 자산 구성도, 상담도 어려워진다.
▲ 공대 출신인 김현식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의 첫 직장은 삼성SDS였다. 그곳에서 한국은행, 삼성전자 회계시스템 등 금융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금융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0년 전공제한을 폐지한 국민은행으로 이직했다. 신사업발굴, e-Biz전략수립, 기업금융 등 업무를 맡았다. 서강대 대학원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메릴린치에서 처음 PB를 접했고 귀국후 강남스타PB센터에서 6년째 PB로 근무중이다.[사진 = 안준형 기자] |
- 요즘같은 장에선 어떤 조언을 하나
▲ 자산 규모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달라진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30% 이상 채웠다면 아무리 저렴해도 추가매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심해야 한다. 주식 30% 중에 수익이 난 상태면 '익절'(이익을 보고 팔아치움)할 수 있다.
- 고객들이 가장 많이하는 고민은
▲ 가장 큰 고민이자 공통적인 관심사는 증여와 상속, 절세 등이다. 보유중인 부동산에 대한 고민도 많다. 전반적으로 부동산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아파트를 더 산 고객은 없었다. 오히려 한두채 처분한 고객은 있다. 부동산에 대해 비중축소를 고민하고 있다.
-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데 부자는 외려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인가
▲ 최근 5년간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 KB경영연구소에서 낸 한국부자보고서를 봐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부동산 보유 비중은 4~5년전 70%를 넘었지만 지금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장에서 체감으로 느끼는 것과 일치한다. 적극적으로 부동산 비중을 늘리는 경우는 없다. 미국 영주권을 가진 한 고객은 미국에 주택과 수익형 부동산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선 불안해 집을 사지 않고 레지던스호텔에서 지낸다. 그는 한국에서 예금만 보유하고 있다.
- 고객들의 투자 성향은
▲ 부를 키우겠다는 고객은 많지 않다. 높은 수익률을 싫어할 고객은 없지만 현재 자산을 지키려는 쪽이 많다. 굳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키우기 보다 지키기를 원한다. 자산의 규모가 작을수록 젊을수록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가고 자산이 많을수록 고령일수록 수비적이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한 고객은 예금만 한다. 그분은 저에게 '벌면 얼마나 벌수 있냐'고 물어본다. 돈은 자기가 더 잘 번다고 한다.
- 그럼 은행에 예금만 맡기면 되지 않나. 굳이 PB를 찾을 이유가 있나
▲ 지키는 것은 최종선이다. 상황이 안좋을때 지키고 좋을땐 예금수익 보다 2~3배 정도 내야한다. 최소 4% 정도 수익을 추구하는 분들이 많다. 시장이 좋을때 예금보다 수익을 내고 깨질때는 시장보다 덜 깨져야한다. 거기에 우리의 가치(역할)가 있다.
-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짜는지
▲ 고객 성향을 존중한다. 일부 PB중에는 푸시하는 경우도 있다. 유럽이나 미국, 홍콩 등과 달리 국내PB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고객이 잘되는 것과 PB가 잘되는 것에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고객 이익이 우선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매일 충돌이 발생한다. 한때 증권사들이 브라질국채를 7조원 이상 팔았고 은행들은 골드바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PB가 회사의 상품에 대한 뷰(전망)에 동의하고 고객자산에 편입시킨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PB가 '회사가 미는 상품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고민이 생긴다. PB는 날마다 리그테이블로 등수가 나온다. 상품을 편입시키지 않으면 '너만 못팔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 해외는 어떤가
▲ 스위스 등을 보면 PB가 로테이션을 잘하지 않는다. PB가 이직하거나 업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고객이 좋은PB를 만나면 대를 이어간다. 또 다른 좋은PB를 만나기 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해를 볼수 있어서다. 유럽과 미국 PB는 기본적으로 부자가 많다. 관리수수료와 성과보수를 따로 받는다. 고객자산이 불어날수록 PB 자산도 불어나는 것이다. 물론 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출된다.
- 투자 영감은 어디서 얻나
▲ PB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PB는 모든 자산을 열어두고 봐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시장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드문드문 시장을 봐선 시장과 교감하기 어렵다. 마치 자녀를 자주 보지 않는 부모가 자녀 마음을 알기 어려운 것과 같다. 시장과 교감해야 작은 변화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인사이트가 생긴다. 또 시장을 잘보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이코노미스트 등과 교류한다. 그들이 낸 리포트를 읽고 전화로 궁금한 점을 묻고 직접 만난다. 균형 잡힌 생각을 갖기 위해선 자기 생각 안에 갇히면 안된다.
- 서민과 부자의 투자 방식이 다른가
▲ 달라야 한다. 보유한 자산과 나이가 많다면 지켜야 한다. 하지만 30~40대 직장인은 지키는데 치중하면 안된다. 일정부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산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부자들보다 투자하기 더 어렵다는 얘기다. 지킬 땐 지키면서 키워나가야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돈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돈은 꼭 필요한 것이다. 성서에 '돈을 사랑함이 일만악에 뿌리가 된다'는 구절이 있지만 돈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돈 자체는 가치가 중립적이다. 칼 자체가 나쁘지 않듯이. 누가 잡느냐에 따라 좋은지 나쁜지 갈린다. 고객 돈이라고 모두 받지 않는다. 범죄 수익금, 출처가 불명확한 돈을 맡기는 고객이나 탈세 등 탈법 조언을 구하는 분들은 모시지 않는다. 돈많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돈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소수다. 한 고객이 50억원을 들고 왔지만 다른 곳을 소개시켜 드렸다. 저희와 가치가 맞지 않았다. 돈이 목적이 되면 눈이 흐려진다. 방향이 중요하다. 지금 1도만 틀어져도 5~10년 뒤에 엉뚱한 곳에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