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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금융 베트남 도전기]'배송기사'에 의존하는 결제시장

  • 2018.11.09(금) 10:27

[금융, 밖에서 답을 찾다]⑧
카드·페이 한계: 온라인쇼핑도 배송기사 통해 현금결제
카드·페이 가능성: 베트남 정부 '모바일결제 확대 프로젝트' 추진

어느 때보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포화된 시장, 금리와 수수료 인하 압박 등으로 정체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워치는 금융회사들의 해외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기 위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베트남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편집자]

[베트남 하노이=강현창 기자]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놀랍다. 경제사정이 좋아질수록 국민들의 소비수준도 올라간다. 국내 신용카드와 페이업계가 베트남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 현지에서 카드나 페이 사업을 할 여건은 만만하지 않다. 베트남 국민들 대부분은 아직 현금결제를 선호한다. 현금결제가 신용카드와 각종 페이를 압도한다. 한국에서는 카드와 페이가 현금 대비 편의성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지만 베트남은 반대다.

◇ 배송기사에서 시작해 배송기사에서 끝나는 '상거래 결제'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한 금융사를 취재하면서 접한 대로변 가게의 상당수는 카드결제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

KFC와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은 카드결제가 가능했지만 일반적인 길거리 음식점의 경우 카드결제가 가능한 식당은 10곳중 5곳에 불과했다. 도심에서 벗어날수록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 하노이 KFC 매장 입구에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사진=강현창 기자]

현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그나마 하노이와 호찌민 같은 대도시에서는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지만 이외 지역에서는 단말기 보급률이 낮아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어쩌다 카드단말기를 찾더라도 카드회사에 따라 단말기 종류가 달라 결제를 못할 수도 있다. 한국이 카드단말기를 통합해 사용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은 비자나 마스터, 유니온페이 등 카드사마다 단말기를 따로 두어야 한다.

핸드폰의 NFC나 QR코드 등을 이용한 페이결제도 카드결제와 마찬가지로 지원하는 단말기 보급률이 낮아 사용이 어렵다.

대신 대부분 베트남 사람들은 현금결제를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없는 COD방식의 결제가 대세인 덕분이다.

COD(Cash On Delivery)결제란 물건을 직접 수령한 뒤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배송기사가 물건을 가져오면 물건을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한 뒤 돈을 건네는 방식이다.

▲ 녹색티셔츠를 입은 그랩기사가 스쿠터를 몰고 있다. 그랩(Grab)은 콜택시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로 저렴한 가격에 배송서비스도 하고 있다. [사진=강현창 기자]
▲ 하노이에서 자전거를 타는 배송기사도 많이 눈에 띈다. [사진=강현창 기자]

온라인쇼핑도 COD방식이 대세다. 베트남에서 가장 선호되는 온라인쇼핑은 페이스북을 이용한 방법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페이스북에 물건을 올리면 구매자가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주소를 보낸다. 그러면 배송기사가 물건을 가져오고 이때 현금으로 물건값을 치른다. 배송기사는 다시 판매자에게 현금을 전달한다.

이런 방식의 배송이 가능한 것은 자전거나 스쿠터를 이용한 저렴한 배송시스템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거리를 걷다보면 스쿠터 기사가 물건을 배송하고 직접 돈을 주고받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온라인쇼핑은 물론 대부분의 식당이나 소매점은 스쿠터 배송을 통해 직접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현금결제가 가능하다.

국내 금융사 현지 주재원은 "전기와 가스 등의 요금도 가정을 돌며 직접 받으러 다닌다"며 "일상생활에서 현금 사용이 편하다보니 개인적으로도 카드는 거의 안쓰게 된다"고 전했다.

◇ 바뀌는 결제시스템..정부 주도로 카드·페이 활성화 추진

파고들 틈은 있다. 베트남에서 현금을 사용하다 보니 동전이 없고 지폐 종류만 많아 관리가 매우 어려웠다. 카드나 페이 결제가 대중화만 된다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베트남정부도 현금위주 결제에 대해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베트남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결제방식중 현금결제가 65%를 차지하고 있고 온라인 결제방식도 COD가 80%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베트남 지폐. 2010년부터 동전생산을 중단하고 지폐만 사용하고 있다. [사진=강현창 기자]
▲ 하노이에서 가장 크다는 동쑤언 시장 전경. 카드나 페이 결제가 되는 곳을 찾기 매우 어렵다. [사진=강현창 기자]

현금 위주 거래는 베트남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개인과 사업자의 소득과 소비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과세정책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베트남 정부는 카드와 기타 모바일결제를 장려하기 위해 2020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현금결제 비중을 전체 대비 10% 이하로 낮추고, 은행 계좌를 보유한 인구비중을 현재 30%대에서 70%대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카드와 페이결제를 위한 단말기보급을 30만대 이상 늘리는 내용도 포함된다.

전자상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카드와 페이업계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2016년 기준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약 50억달러로 전년대비  23% 성장했다. 최근 베트남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70%이상으로 올라온 것도 정부의 정책에 힘을 더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베트남의 은행 대부분은 인터넷뱅킹서비스와 함께 현장결제를 위한 전자지갑 계좌를 공급하고 있다. 이런 전자지갑 계좌는 페이서비스와 연동해 현장결제에 사용될 수 있다. 

▲ 베트남 하노이 한 스마트폰 매장.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도 판매중이다.[사진=강현창 기자]

지난해 9월 삼성이 베트남에서 삼성페이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시장과 정부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카드업계도 단말기 보급확대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아직 베트남 카드시장은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 비중이 더 높다. 소비자들이 은행계좌를 만들때 예금 인출을 위한 직불카드를 함께 만들기 때문이다.

임경욱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 차장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30대 이하 인구 비중이 높아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이 공략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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