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강현창 기자] 베트남을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으로 삼고 있는 우리은행이 공을 들이는 사업이 또 있다. 카드사업이다. 베트남우리은행에서 가장 큰 사업부는 카드사업부다.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는 이정열 차장과 임경욱 차장이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우리카드에서 베트남시장 개척을 위해 보낸 정예 요원이다. 이들을 만나 베트남시장에서 우리카드 사업 상황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카드사업부, 7개월만에 10명에서 50명으로
임 차장은 지난 3월 베트남 주재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우리카드에는 사표를 쓰고 우리은행에 입사했다. 가족을 모두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주재원 신분으로 일해야 하는데 우리카드가 직접 베트남에 진출하기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해 온 이정열 차장도 퇴사 뒤 입사라는 과정을 거쳤다.
▲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 임경욱 차장(왼쪽)과 이정열 차장 |
복잡한 절차를 거쳐 베트남 근무를 시작한 만큼 업무추진에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지난 3월 임경욱 차장이 베트남 근무를 시작할때 베트남우리은행의 카드사업부 직원은 10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50명이 넘는다.
임 차장은 "베트남은 인구 1억명중 30대 이하 비율이 60% 이상인 곳으로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에 적합한 기회의 땅"이라며 "카드사용 인구는 아직 적지만 급속하게 늘고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베트남이 기회의 땅이지만 아직 척박하다는 점이다.
베트남 카드시장은 아직 초보단계다. 현지 대형은행인 VP뱅크 등에서 카드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보급은 많지 않다. 소득공제와 각종 혜택으로 무장한 한국과 달리 베트남 현지 신용카드는 기본적인 포인트와 할인 외에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거의 없다.
베트남 카드서비스가 단순하다보니 현지 우리카드도 아직 혜택이 다양하지는 않다.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는 클래식과 플래티넘 카드를 출시한 상태다. 각각 할인형과 적립형 두종류로 만들 수 있다.
임 차장은 최근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임 차장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베트남 최초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카드인 '아시아나 우리W 플래티넘카드'가 출시된 것이다.
'아시아나 우리W 플래티넘카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아시아나항공 하노이지점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면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추가로 베트남 주요 골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무료 제공 등의 플래티넘 서비스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임 차장은 "현지 카드 대부분은 기능이 단순한 매스카드"라며 "프리미엄급 카드가 몇개 있지만 연회비만 많이 받고 혜택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카드 고객을 분석해 현지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골프와 호텔, 각종 바우처서비스, 마일리지 적립 등이란 걸 파악했다"며 "그 결과가 바로 아시아나 제휴 카드"라고 설명했다.
◇ 척박한 기회의 땅…신용평가·시장분석·결제망·전문인력 등 부족
임 차장은 "잠재고객은 많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폭발적으로 신용카드 인구가 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투자규모를 계속 늘려 공격적인 영업을 하려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는 하노이와 호찌민에 카드영업센터를 세웠다. 각 센터마다 100명씩 카드모집인을 채용해 내년이면 총 200명의 모집인을 운영하는 것이 단기목표다.
신상품도 내놓고 인력 충원도 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하지 않다.
우선 부실채권 위험이 높다. 신용카드는 개인신용이 담보인데 이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우리카드는 베트남우리은행 고객중 월소득 700만동(약 35만원) 정도 되고 연체기록이 없는 정규직 근무자에게 주로 발급된다. 만약 개인사업자가 발급을 신청하면 사업장에 직접 직원이 찾아가 조사를 해야한다.
이런 번거로움은 자체신용평가모델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다. 현재 베트남우리은행은 나이스신용평가 하노이사무소와 함께 자체 개인신용평가모델을 개발중이다.
카드시장을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들어 베트남우리은행 카드사업부에 입사한 현지직원 50명중 카드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명에 불과하다. 그 두명도 경력이 1년 내외가 고작이다. 실제 대부분 전문업무는 임 차장과 이정열 차장의 몫이다.
▲ 임경욱 차장(가운데)이 현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
카드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가맹점 관리 등을 전담하는 밴(VAN)사나 PG사(전자결재대행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우리카드는 비자카드가 설치한 결제망을 이용한다. 한국의 공통 밴망과 비교하면 수수료가 비싸다. 게다가 베트남 밴망은 아직 한국처럼 통합구성이 안됐다. 카드가맹점을 보면 비자카드용 단말기와 마스터카드용 단말기 등이 따로따로 설치된 곳이 많다.
임 차장은 "현지 PG사가 한국처럼 통합망을 구성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의 PG업계에서도 베트남 진출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도 직접 PG망 구성에 참여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초기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다.
◇ "베트남 성공해야 동남아 성공 가능…연 10만장 발급·손익분기 목표"
상황이 쉽지 않지만 우리은행은 베트남시장을 해외 카드사업의 바로미터로 여긴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국가중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도 카드영업을 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만 심사와 발급, 배송까지 모두 풀패키지로 영업을 하고 있다.
임경욱 차장은 "베트남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성공이 어렵다"며 "성공의 기준은 연간 10만장 발급과 손익분기 돌파"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을 시작하게 되면 흑자전환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며 "오토바이와 핸드폰 구입을 위한 금융서비스 등을 현지 금융회사와 제휴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차장은 베트남시장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베트남의 높은 성장세만 보고 투자를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직접 와서 겪어보니 경쟁도 심하고 현지화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 차장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지원할지, 현지화를 해서 베트남 기존 시장을 공략할 지 타깃을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며 "규제의 장벽이 높고 인맥을 중요시하는 특유의 '띵깜' 문화도 있어 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규제장벽도 높은 곳이라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한 시장"이라며 "기회를 잡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업데이트] 비은행금융사 베트남 진출 현황
베트남에는 총 5개 비은행금융사(은행·보험·증권 제외)가 진출했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을 통해 베트남 현지에 발을 딛었기 때문에 공식 집계에서는 빠진다.
미래에셋과 산업은행, 롯데카드 등이 현지에 카드 또는 캐피탈 법인을 세웠으며 JB우리캐피탈과 나이스신용평가도 사무소를 설립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비은행 금융사의 현지 자산규모는 지난해 기준 1억8460만달러(약 2071억원) 규모다. 전년대비 46% 이상 늘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490만달러(약 54억원)으로 전년대비 39% 이상 증가하면서 베트남이 '기회의 땅'임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