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앞다퉈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대부분 적자상태다.
카드사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한 동남아시장은 매년 6%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면서 기회의 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카드사들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계 카드사는 총 12개 해외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중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3곳이다. 다른 9곳은 적자를 냈다.
카드사들은 적자규모를 줄이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 신한카드, 카자흐스탄·미얀마 소폭 흑자..인니 적자 축소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유한회사신한파이낸스(카자흐스탄), 신한인도파이낸스(인도네시아),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 등 3개 해외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중 100% 지분을 가진 카자흐스탄과 미얀마 자회사는 각각 9억원과 1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50%+1주의 지분을 가진 인도네시아 자회사는 33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신한인도파이낸스는 현지 기업인 인도모빌과 합작해 세운 곳이다. 할부와 리스, 카드 사업 등을 영위한다.
지난해에는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80억원을 유상증자해 지원했다.
다만 적자규모는 줄고 있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2017년에는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해에 이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신한카드는 인도네시아 법인의 흑자전환은 202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하나카드-롯데카드 해외시장 안겹쳐
롯데카드는 3개국에 4곳의 해외 자회사를 두면서 숫자 상로는 해외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해 국내카드사 중 최초로 베트남에서 소비자금융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롯데멤버스차이나(Lotte Members China)는 지난해 20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냈고 롯데멤버스베트남(Lotte Members Vietnam)도 10억원 적자다. 지난해 인수한 롯데파이낸스베트남(Lotte Finance Vietnam)과 롯데멤버스인도네시아(PT. Lotte Members Indonesia)도 각각 6억원과 2억원 규모 적자다.
롯데카드 해외자회사 적자규모는 2017년 총 23억원에서 지난해 4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자리를 잡기 위해 불가피한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하나카드는 동남아가 아닌 일본에 하나카드페이먼트라는 자회사가 있다. 일본 내에서 중국의 위챗페이 결제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일본에 자회사는 없지만 일본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대해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펼쳐왔다. 따라서 하나카드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시장 진출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카드페이먼트는 지난해 400만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에는 2000만원 적자였다.
◇ KB국민카드 캄보디아-우리카드 미얀마-비씨카드 인니 공략
KB국민카드는 해외진출에 시동을 건지 오래되지 않았다. KB국민카드는 한상(韓商)기업인 코라오그룹과 협업을 통해 동남아시장을 공략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캄보디아에 코라오그룹 관계사인 인도차이나뱅크(10%)와 합작해 케이비대한특수은행(KB Daehan Specialized Bank)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법인은 지난해 2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결재무제표상에서 자회사가 아니라 관계기업(지분율 29%)으로 분류된 케이비코라오리싱(KB KOLAO LEASING)은 21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독자진출이 아닌 우리은행의 해외진출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하고 있지만 미얀마에는 현지 자회사가 있다. 미얀마의 투투마이크로파이낸스(TUTU Finance-WCI Myanmar)는 지난해 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자회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얀마 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12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비씨카드는 중국법인인 비씨카드과학기술유한공사가 지난해 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아직 이익면에서 큰 성과는 없지만 중국에서 다양한 협업을 위해 중요한 거점이라는 설명이다.
비씨카드의 인도네시아법인인 비씨카드아시아퍼시픽(PT Bccard Asia Pacific)은 지난해 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51억원 적자보다는 개선됐다.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법인을 통해 현지 카드결제시장에 진출했다.
◇ 현대카드, 해외 거점없이 IT시스템·컨설팅 등 수출
현대카드는 현지 자회사는 없지만 다양한 형태의 사업제휴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최근 신용카드 IT시스템인 'H-ALIS'를 일본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카드사가 IT기술을 일본으로 수출한 사례는 현대카드가 처음이다.
현대카드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판매와 컨설팅 수익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해외에서 2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진출은 최소 5년은 적자를 감안하고 뛰어드는 시장"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장은 이제 막 결제시장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국내 카드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