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에 신상품이 실종됐다. 올해가 2분기를 지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새로운 상품 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단종되는 카드는 크게 늘었다.
카드사들은 신상품을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카드 부가서비스 규제'를 꼽고 있다. 규제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상품을 출시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장에 새롭게 출시된 신용카드는 '사실상' 없다.
신한카드가 '더베스트플러스'를 출시하고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 시리즈에 '프리미엄'과 '와우리' 카드를 추가한 게 고작이다. '더베스트플러스'는 LG카드 시절부터 있던 'The시리즈'에 추가된 상품으로 기존 카드에서 혜택을 살짝 바꿨을 뿐이며 '카드의정석'에 추가된 '프리미엄'과 '와우리'도 새로운 카드라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 올해들어 사라진 카드는 수십종이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올해 들어서만 수십종의 제휴카드를 단종시켰고 신한카드도 'Nano F'와 '레이디클래식' 등 인기카드를 라인업에서 뺐다. 우리카드도 통신사 제휴카드를 중심으로 단종이 이뤄졌다.
카드업계에서는 기존 카드를 단종시키는 것은 시장 상황과 소비 트렌드가 변해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 출시도 없이 단종만 계속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우리카드가 '카드의정석' 시리즈를 론칭했으며 신한카드 '딥오일', 롯데카드 '아임욜로', KB국민카드 '올포인트', 하나카드 '통커', 현대카드 '스마일' 등 카드사마다 신상품 출시가 이뤄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는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 출시가 계속 이뤄져야 하는 구조"라며 "하지만 당국에서 논의 중인 카드 부가서비스 규제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는 이상 신규 카드 출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에게 카드별 부가서비스와 연회비 등 수익성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카드별로 수익 대비 비용을 분석해 부가서비스에 대한 수술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의 약관심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카드사의 과도한 부가서비스 제공을 막아 결과적으로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대한 명분을 쌓겠다는 취지다.
이 작업은 지난달 활동 결과를 내놓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태스크포스(TF) 과제중 하나로 추진되던 것이지만 국내 출시된 신용카드 종류만 2만여개에 달하다보니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신상품을 내놓았다가 과도한 부가서비스가 탑재됐다는 지적을 받을 경우 조기단종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더 큰 걱정은 카드 부가서비스 분석 결과 대대적인 서비스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라며 "신상품 출시가 어려워 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호응이 좋은 기존 카드에 대한 대대적인 단종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카드사 경쟁력을 강화해주겠다며 하는 작업이 하나같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특히 부가서비스 축소는 대규모 민원도 발생할 수 있어 카드사로서는 더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