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으로 금융감독원을 통제한다는 것은 하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최근 불거진 금감원과 갈등에 대해 부인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케이트윈타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세미나에서다. 그는 "우리도 오해받기 싫다"며 "금융위 일의 상당 부분이 금감원과 함께 하는 일이고, 우리는 감사원이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요구한 그 이상은 절대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가 내년 금감원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의 갈등이 불거졌다. 금융위는 금감원 3급 이상 상위직급자를 현재 43.3%에서 30% 이하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2017년 금융위 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을 받으면 임직원 성과급이 삭감된다. 갈등이 증폭되자 윤석헌 금감원장은 송년 기자간담회를 이틀 앞두고 갑자기 미루기도 했다.
최근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가 예산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금융위 해체'까지 거론했다. 갈등이 심화되자 지난 7일 최 위원장이 여의도 금감원을 찾아 윤 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오늘 열리는 금융위 안건에 예산 관련 내용이 반영돼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담금관리위원회가 금감원 내년 예산을 결정하면 금융위 정례회의는 안건을 의결하는 구조다.
이날 간담회 직후 열린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내년 금감원 예산은 올해보다 약 2% 감소한 3556억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총인건비는 공공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0.8% 늘어난 2121억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예산 내역을 뜯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이미 예산이 확정된 이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한국GM의 연구법인 분리에 대해 "호주 등의 해외사례를 볼때 연구개발법인의 분리가 곧 생산법인, 즉 공장의 폐쇄나 철수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산업은행은 한국GM 주주총회에서 연구법인인 지엠테크니컬코리아를 분리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한국시장 철수를 위한 꼼수"라며 파업을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최 위원장은 "호주는 법인 분리 안했지만 결국 철수했고 2016년 빅토리아 공장 매각, 2017년 엘리자베스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연구개발조직만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진작 분리했지만 여태까지 잘하고 있다. 분리 자체가 철수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GM 협력업체중 우수업체 108곳 선정했는데 이중 27개가 한국회사"라며 "한국 부품업체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이고, 그렇게 볼 때 연구개발 기지로 삼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산은은 한국GM 연구법인을 준중형SUV 및 CUV의 중점연구개발거점으로 지정하는 '주주간 분쟁 해결 합의서'를 GM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산은이 분할에 찬성한건 GM과 심도있는 협상을 통한 것"이라며 "그 대가로 GM이 한국에서 더 많이 생산을 하고 부품을 더 많이 활용해 안정적으로 경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