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가맹점수수료와 마케팅비용 규제 등 그 어느때보다 악화된 경영여건속에서 2019년을 맞았다.
이같은 상황이 반영돼 주요 카드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한목소리로 '위기'와 '비용절감'을 강조했다. 또 어려운 상황을 견디며 디지털과 빅데이터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자고 제시했다.
◇ "2019년 혹독하다" 한 목소리
카드사 CEO들은 올 한해를 전례없는 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월말부터 적용될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조치로 카드사들은 연간 총 4198억원의 부담이 추가된다. 지난해 시행된 규제들의 영향까지 합치면 올해 약 7048억원의 수입감소가 예상된다.
그동안 수수료 수익 감소분을 보전해줬던 대출사업도 쉽지 않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각 카드사는 올 하반기부터 다중채무자에 대한 추가 충당금을 30% 적립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충당금 부담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위기의 카드사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며 "외부 정책 변수와 다양한 결제수단 등장으로 전례없는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도 "2019년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카드·금융 총량규제, 제로페이 등 경쟁사업자의 등장이 우리의 사업 기반에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카드사는 위기돌파에 대한 해법으로 비용절감과 신사업 발굴 등을 꼽고 있다.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은 "모든 사업 부문에서 '같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내고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되었던 사업 영역을 더욱 세밀하게 효율화'하는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저비용 채널인 비대면 채널을 지속 확대하고 고비용 상품에 대한 비용관리와 마케팅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도 카드사의 비용절감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김 협회장은 "올해는 여전사의 경쟁을 논하기에 앞서 비용절감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케팅과 문서발송, 조달 등으로 생기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위기돌파 키워드는 디지털·빅데이터
위기의 카드사들이 올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사업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관련 사업이다. 전통적인 카드영업만으로는 악화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카드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결제로 확보되는 고객과 다양한 파트너, 방대한 데이터는 우리 업을 진화시키는 밑거름"이라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로 창출되는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CB 등 디지털·빅데이터 기반의 신규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하자"고 다짐했다.
임 사장은 취임 직후 '마이샵'(MySHOP)와 '신한 FAN 앱'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실적이 다소 부족함에도 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던 것은 데이터 관련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덕분이라는 진단이 많다.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도 "모든 업무의 디지털 및 모바일화를 통해 우위를 점하자"며 "직원 모두가 담당 업무에서 디지털 아이디어들을 활발하게 발굴하고 빠르게 구체화시켜 프로세스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기를 기회로…피할 수 없다면 견디자"
최근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유발시킨 상생이란 화두에 대해서도 업계의 고민이 엿보인다.
카드업은 카드회원과 가맹점, 카드모집인, VAN사, 리스·할부 이용자, 벤처기업, 그리고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연계해 금융서비스를 수요하고 공급하는 매우 복합적으로 연계된 시장이다.
이에 대해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여신금융연수원의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해 여전업권에 있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전문성을 함양하고 상생의 교두보 역할에 일조하겠다"며 "시장생태계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통분담과 함께 상생을 통한 경쟁력 유지에 협회가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카드사 CEO들은 올해가 혹독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지금까지 잘 버텨온 만큼 올해도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매우 비우호적이며 그에 따른 수익성 악화 역시 불가피하다"면서도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익숙하고 마음의 준비 또한 되어있다"고 말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도 "직면한 '위기'를 오히려 새롭게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반드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정면으로 마주한 카드업의 전략적 변곡점을 새로운 성장의 시간으로 반드시 바꾸어 나가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