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20일부터 3월6일까지 서울은 하루를 제외하고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 조치도 전년대비 2배 이상 많은 14번이나 시행됐다. 정부는 미세먼지 해결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고 미세먼지 저감사업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나선 곳이 있다. 지난 3월 'KB맑은하늘 금융상품' 패키지를 출시한 KB국민은행이다.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금융상품에 접목한 최초 시도였다. 31일 이 패키지를 개발한 국민은행 상품개발팀을 만났다.
◇ 미세먼지 문제 금융상품 접목 첫 사례
지난 3월 출시된 KB맑은하늘 금융상품패키지는 'KB맑은하늘적금', 'KB맑은하늘신탁' 등으로 구성됐다. 고객이 미세먼지 저감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우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KB맑은하늘적금'은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우대금리 혜택을 준다. 여기에 고객이 가입한 적금 한좌당 1000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에 'KB 국민의 맑은하늘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발매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상품 중 그 목표와 고객 유인책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출시 첫날 조명래 환경부장관과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적금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출시 두달만인 5월27일 기준 8만6000좌, 508억원 가량이 판매 됐다. KB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최근 출시한 상품 중 '히트상품'으로 꼽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숲 조성 기금도 목표치인 1억원에 근접한 8600만원이 마련됐다. 고객 확보와 친환경 사회공헌 사업이라는 두가지 목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일순 KB국민은행 개인고객부 팀장(뒷줄 왼쪽에서 두번째)은 "통상 상품을 새로 개발할 때 고객 라이프사이클과 고객에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며 "금리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유인하기 힘들어 공감대가 있는 상품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의 환경사랑을 실천하고 동기부여를 위해 이 상품이 탄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상품 개발에 참여한 양혜정 과장은 "환경 이슈에 대해 고객 중심이라는 은행의 방향성을 살리고 은행이 가진 강점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상품개발팀에서 아이디어를 모아서 기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에는 '미세먼지 문제해결' 이라는 트렌드를 금융상품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가 잘 반영돼 있다.
일례로 이 상품은 적금 신규일이 포함된 월의 1일부터 만기일이 포함된 월을 기준으로 전전월 말일까지 본인명의의 KB국민카드(신용 및 체크카드, KB국민비씨카드 제외)의 대중교통 이용실적 발생 월수가 2분의 1일 이상일 경우 우대금리를 준다.
양 과장은 "환경재단과 미팅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우대금리 항목에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인 트렌드 반영한 금융상품 계속 내놓을 것"
이 상품은 환경과 함께 디지털 경쟁력 강화라는 은행의 핵심 과제도 반영했다.
'KB맑은하늘적금'의 경우 만기 해지까지 종이통장으로 발행한 이력이 없을 경우 연 0.1%포인트, 영업점의 디지털 창구나 KB태블릿 브랜치, 비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한 경우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양혜정 과장은 "종이 서식을 줄여나가는 페이퍼리스(Paperless)를 통해 환경도 살리고 디지털 창구 거래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디지털화도 접목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 앱(App)에 접속, 적금 전용화면을 통해 미세먼지 관련 퀴즈를 풀면 0.1%포인트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양 과장은 "고객에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맑은하늘'과 '환경사랑실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이런 우대금리 방안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개인고객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트렌드를 잡아내 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는 각오다.
안진선 KB국민은행 개인고객부 대리는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여러 주제를 항상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내고 금융상품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 하는것은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일순 팀장 역시 "사회 트렌드와 금융상품 트렌드를 짚어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