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 위기]②중위험 상품이라더니…왜?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영국‧미국 CMS(Constant Maturity Swap)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와 파생결합펀드(DLF)가 투자금의 절반 가량이 손실될 위기에 처하자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손실금 일부를 금융사가 보전하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의 손실을 보전받을 수 없다. 예금‧적금 등과 같이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원 이내로 보호해주는 상품과 달리 이 상품은 엄연한 '투자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투자금의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건 아니다. 애초에 상품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미적격 판단을 받거나 금융사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것이 입증된 경우다. 물론 해당 상품이 만기가 되기 전에 원금손실 구간을 벗어나면 손실보전 시비에서 벗어난다.
◇ 원금 회복 가능성은?
독일 국채 10년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경우 다음달(9월)부터 11월까지 만기가 도래한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5% 이내일 경우 4%의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0.25%를 하회할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21일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0.67%다. 베리어(원금손실 발생 기준선) 보다 0.42%포인트 낮다. 이 상품은 –0.25%보다 0.4%포인트 이상 하회하면 원금 100%가 손실된다.
지난 15일 –0.712%보다 소폭 회복되기는 했지만, 오는 11월까지 –0.25%까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금융업계 대체적인 전망이다.
금융사 채권시장 관계자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루에 bp(0.01%포인트)단위로 움직이는데, 해당 상품의 만기 도래까지 베리어 이상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에 투자된 1266억원 중 1204억원, 95.1%가 손실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과 미국 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만기가 2019년, 2020년, 2022년 등으로 세분화 돼 있다.
일단 올해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492억원의 경우 원금손실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품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해당 상품의 기초자산인 금리가 하락해 손실구간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도 올해안에 해결될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19년 만기가 도래하는 영국‧미국 CMS DLS의 경우 투자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경제 하방리스크가 강해 선진국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2020년과 2022년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은 손실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만기 도래 잔액은 6141억원, 2022년 만기 도래 잔액은 325억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20년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들의 경우 계약일에 따라 다르지만,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다면 일부는 손실구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20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당장 내년초부터 미국 정치권은 대선 준비에 들어간다. 미국의 대선은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2022년 만기 도래 상품은 미국의 선거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상품 설계 문제 가능성
상품 설계가 잘못됐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투자자는 발행사 등에 대한 소송을 진행해 투자금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현재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DLS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설계해 발행했고, 이 DL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는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이 만들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DLS와 DLF 상품 구조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미국 CMS 연계형 DLS의 경우 상품의 구조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이미 수년전부터 판매해 수익을 본 사례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화폐 CMS 연계형 DLS 상품은 이미 수년간 판매가 됐고 만기에 따라 수익을 거둔 투자자도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든 것 뿐이며 상품 설계 자체는 결함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DLS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006년 이후 –0.25%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국제금융위기 당시에 1%포인트 급락하기도 했지만 3% 수준을 유지했다"며 "해당 상품의 금리, 베리어 등만 따져봤을 때 상품의 설계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해당 상품들의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발행사(증권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검사국이 검사에 착수해 설계 과정에서 부적합한 부분이 있었는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 핵심은 '불완전 판매' 여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보전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번에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는 DLS는 DLF 형태로 은행 PB 창구에서 99% 이상 판매됐다. 아울러 이번 DLF는 사모 형식으로 판매됐기 때문에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이다.
이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 상품에 대한 원금 손실의 위험성과 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했는지, 기본 투자금액이 큰 만큼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손실위험을 인지하도록 했는지 등이 불완전 판매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에서는 대부분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더라도 그 건수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몇년전 불완전 판매가 크게 이슈화 된 이후 금융 소비자 보호와 혹시 모를 금융감독원의 미스터리 쇼핑 등에 대비하기 위해 녹취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상품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가 됐기 때문에 건별로 불완전 판매 여부가 다를 것"이라며 "판매 금융사 판매절차뿐 아니라 투자자의 그동안 투자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불완전 판매로 결론나더라도 모든 건수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PB는 투자상품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논란이 된 DLS 뿐만 아니라 많은 파생상품들이 손실이 난 경우가 있고 판매방식이 이번 DLS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렇다면 모든 파생상품에 대해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공정할 것인데, 이번 상품 건에 대해서만 불완전판매 여부를 짚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기준 금융감독원에 신청된 분쟁조정 민원 건수는 26건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23일 현장 실태조사 등을 거친 이후 분쟁조정위원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그간 금융상품 관련 분조위가 열린 경우 은행이 손실을 보전하라는 결론이 난 경우 보전비율은 20~40%이내였다.
다만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금융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을 해야 한다. 소송으로 갈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