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일부를 정리하고 대주주 지위를 카카오에 넘기기로 했지만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주주인 카카오 측은 올해안에 카카오뱅크 증자를 통해 자본건전성을 확보한 뒤 내년 기업공개를 통해 한단계 도약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은 카카오뱅크가 한달이 넘도록 후속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카카오 대주주 적격 획득 이후 'STOP'
카카오뱅크는 그동안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받게 되면 추진하게 될 향후 계획을 비교적 자세하게 밝혀왔다.
계획대로라면 우선 현재 지분 58%로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34%-1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넘겨받은 뒤 BIS비율을 확보하기 위한 증자를 실시한다.
또 올해들어 흑자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안에 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고 내년 상장을 통해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해 한단계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난관으로 여겨졌던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무사히 넘겼다. 지난 7월2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을 의결했다. 18% 수준인 현재 지분을 34%까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다음 작업은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 한국투자증권, 공정거래법 위반이 발목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와 맺은 협약에 따라 지분을 '34%-1주'까지 줄여야 한다. 지분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남은 지분을 모두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거나, 5% 이내로 가져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5% 이하 소유다. 나머지는 계열사에 매각하면 된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3월 채권 매매 수익률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이력이 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는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이나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령 위반의 벌금형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결격사유이긴 해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에 남은 지분을 모두 넘기고 싶다고 신청하고, 금융당국이 법 위반 사실을 경미한 사유로 처리해 승인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특혜라는 지적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행이 어렵다.
또 다른 계열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에 지분을 나눠주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두 회사의 지분 100%를 모두 결격사유가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승인이 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측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해 차질없이 지분을 넘기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카카오 측의 계획은 알고 있지만 우리도 우리의 사정이 있어 일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협약에 따라 초과지분에 대한 처리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뱅크, BIS비율 개선위해 증자 시급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내심 마음이 급하다. 당장 카카오뱅크 증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을 넘겨받은 뒤 추진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은 11.47%다. 이는 은행 중에 자본부족에 허덕이는 케이뱅크(10.62%)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중 대출총액이 1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여신영업이 활발했지만,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아 BIS비율이 크게 내려갔다는 설명이다. 만약 BIS비율이 10.5%를 밑돌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확충에 대한 경고를 받게 된다.
이에 카카오는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가 된 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투입해 BIS비율을 안정적인 수치로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한국투자금융지주 문제로 추진을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연내 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여전히 바라는 바지만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며 "시기가 다소 밀리더라도 차질없이 증자와 지분정리를 마쳐 사업을 안정궤도에 올려 놓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