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신용카드 브랜드인 다이너스클럽이 한국을 떠난다.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던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를 인수해 출발했던 현대카드가 다이너스클럽과 제휴를 종료하면서다.
다이너스클럽은 비자나 마스터와 달리 1 국가 1 가맹사 원칙이 있다. 다른 카드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제 한국에서 다이너스클럽 신용카드를 만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현대카드는 다이너스클럽과의 제휴 계약을 올해까지만 유지한다고 공지했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Diners M'를 운영 중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신규가입을 받고 있지 않다. 유효기간 동안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유효기간이 끝나면 재발급이 안 된다.
현재 한국에서 정식 다이너스클럽 신용카드는 현대카드에서만 만들 수 있다. 일부 우리카드에 다이너스클럽 로고가 찍혀있지만, 정식 다이너스클럽 카드가 아닌 해외에서 다이너스클럽의 결제망을 쓸 수 있다는 뜻에 불과하다.
다이너스클럽은 현대카드의 '친정'이다.
다이너스클럽은 지난 1984년 당시 대주주인 씨티그룹을 통해 한국에 '다이너스클럽코리아'라는 지점을 냈다. 이후 다이너스클럽코리아는 적자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1993년 대우그룹의 계열사인 한국신용유통에 인수됐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다이너스클럽코리아는 2001년 현대차그룹에 다시 매각되면서 사명을 현대카드로 바꿨다.
지난 18년간 현대카드는 다이너스클럽과의 제휴를 유지해왔다. 다이너스클럽과의 제휴는 현대카드 입장에서 장단이 분명했다.
강점은 공항 라운지 이용이다. 다이너스클럽은 전 세계 공항 500여곳에서 650개가 넘는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다이너스클럽의 라운지 서비스는 미국 본사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현대카드 입장에서 비용부담도 적었다. 해외 신용판매 수수료도 1% 수준으로 비자와 마스터와 같고 아멕스(1.4%)보다 저렴했다.
특히 공항 라운지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PP(Priority Pass)카드는 연회비가 10만원이 넘지만 '현대카드 Diners M'은 3만원 수준으로 저렴했다는 점에서 인기였다. 전월실적 기준도 없고 라운지 이용 횟수도 제한이 없다. 해외여행을 자주가거나 신혼부부, 해외파견근로자 등에게 인기가 많았다.
현대카드 입장에서 단점이라면 다이너스클럽 카드를 독점으로 운영하다보니 다이너스클럽의 라이벌인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는 발급 못했다.
글로벌 카드시장에서 기업계카드는 다이너스클럽과 디스커버(Discover), 아멕스가 경쟁 중이고 은행계카드는 비자와 마스터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디스커버는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아멕스는 삼성카드와 손잡았다.
현재 삼성카드는 로마 장군이 그려진 아멕스카드의 프리미엄 라인을 독점 발급하고 있다. 일반 아멕스 브랜드는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하나카드 등에서 발급 가능하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실용성과 상징성 측면에서 의미가 큰 다이너스클럽과의 제휴를 끝낸 것은 당국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마케팅 제한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이너스클럽과의 제휴가 적자를 볼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회사에 큰 도움이 되는 수준도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에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던 카드"라며 "하지만 회원수가 많지 않고 장기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와 마케팅 등의 제약이 심해져 적자카드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단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다이너스클럽 제휴가 종료되면서 다른 카드사가 다이너스클럽과 제휴를 맺을지도 관심이다. 다이너스클럽의 본사인 다이너스클럽 인터내셔널은 국가별 다이너스클럽의 연합체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1 국가 1 가맹사 원칙이 유지 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결제는 비자와 마스터로 대부분 가능하다 보니 다이너스클럽과의 제휴 여부는 공항 라운지 서비스가 관건"이라며 "해외신판 수수료에 더해진 가맹점 수수료 부담도 크고 당국도 높은 혜택을 주는 카드에 대해 눈치를 주는 상황이어서 이대로 다이너스클럽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