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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증시 상장하면 '제값'은 얼마일까?

  • 2019.10.18(금) 16:54

재무적투자자 지분정리 위한 상장 추진…몸값이 관건
평가기준에 따라 1.6조~2.6조원 널뛰기
"상장 차질로 지분 풋옵션 행사돼도 큰 부담 아닐 것" 분석도

현대카드가 증시 상장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받을지가 카드업계와 금융투자업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상장하는 이유가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회수(엑시트)다보니 최소 2조원 이상, 가능하다면 3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수·합병(M&A)된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그리고 현시점에서 유일한 상장카드사인 삼성카드의 밸류에이션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현대카드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현대카드, 돈없어서 하는 상장은 아니다

최근 현대카드는 국내·외 증권사 10곳에 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냈다. 제안서 접수는 오는 22일까지다.

현대카드는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증시 상장은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2017년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지분 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 등에 GE캐피탈이 보유하던 지분을 넘기면서 오는 2020년 1월까지 상장을 통해 자금회수를 돕겠다는 주주간계약(SHA)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만약 지배주주(현대차)가 중대한 계약위반을 할 경우 투자자는 지배주주에 풋옵션을 행사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해석하자면 상장을 통한 자금회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에 재무적투자자 지분을 인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피너티는 2012년 지분인수에 참여한 교보생명에 대해 풋옵션 행사를 위한 중재재판국제상업회의소(ICC) 소송전도 불사하는 곳이다. 현대카드로서는 충분한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아야 향후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 관건은 몸값…"롯데카드처럼만 된다면…"

일반적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회사의 가치는 대부분 주가순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산출하지만 현대카드와 같은 금융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한다. 금융사는 돈을 굴려서 영업을 하다보니 자본금의 규모에 따라 이익의 규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피너티 등 FI 측은 현대카드에 투자를 시작할 2017년에는 기업가치를 약 1조6000억원으로 평가했다. FI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당시 현대카드의 자기자본 약 2조5000억원에 동종 상장법인인 삼성카드의 PBR 0.7배가량을 적용해 산출한 값이다.

문제는 현재 삼성카드의 PBR이 0.7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 기준 삼성카드의 PBR은 0.52배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현대카드의 자기자본은 3조2549억원으로 늘어났지만 PBR이 내려가면서 기업가치는 1조6925억원이 된다. FI들이 투자할 당시보다는 가치가 소폭 늘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자기자본은 늘고 PBR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카드가 참고할 수 있는 선례는 최근 지분매각이 이뤄진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PBR이 높아진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에 지분인수 계약을 맺으며 PBR을 0.8배로 책정했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이 가지고 있던 우리카드 지분을 우리금융지주로 넘기면서 PBR을 0.7배로 봤다.

PBR을 0.8로 적용하면 현대카드의 몸값은 약 2조6039억원이 된다. 우리카드처럼 0.7배로 적용하더라도 2조2784억원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카드가 롯데카드나 우리카드와 같은 수준의 PBR을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카드사는 경영권도 함께 인수해가는 딜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경영권뿐만 아니라 후보자들간의 치열한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몸값이 크게 뛴 케이스다. 결정적으로 두 회사는 상장사가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에 상장할 때 동종업계 상장사를 참고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하는 것은 절대적인 룰"이라며 "특히 삼성바이오와 제일모직 등 최근 몸값책정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 새로운 평가를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홀로 몸값을 더 받겠다고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게다가 카드업계가 불황인 만큼 현대카드도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PBR 0.5배 수준에서 눈높이를 두는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FI 풋옵션 행사해도 큰 부담 아니다" 분석도

만약 현대카드가 원하는 기업가치에 도달하지 못해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대주주인 현대차의 부담이 커지지만, 크게 문제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문제가 된 교보생명의 경우 어피너티 측이 요구하는 풋옵션을 받아줘야 하는 주체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개인이다. 풋옵션을 지급하기 위해 1조원 이상의 사재출연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아치워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카드의 주주간계약 당사자는 현대차다. 만약의 경우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줘야 할 경우 실탄이 모자랄 일은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현대커머셜을 통해 FI의 지분을 되사와 현대차그룹 내 정태영 회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카드의 2대주주(25.54%)며, 정 회장은 아내 정명이 부문장과 함께 현대커머셜의 지분 37.50%를 가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기업가치를 원하는 대로 인정받지 못해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교보생명과 같은 위기에 빠질 일은 없다"며 "기업공개를 최우선으로 진행하기로 한 만큼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지 다른 대안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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