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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이유 있는' 증시 상장 추진

  • 2019.10.08(화) 15:29

코스피 상장 위한 주간사 선정 나서
2017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 자금회수 기한 다가와
업황 부진 속 상반기 실적개선..기업가치 주목

현대카드가 코스피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최근 카드업황과 증시가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상장을 더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현대카드가 카드사 중 가장 강도높은 비용절감을 통해 실적개선에 나선 것도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7일 오후 국내외 증권사에 코스피시장 상장 주간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주간사로 참여하기 원하는 증권사는 오는 22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는 2003년 이계안 회장이 "2007년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증권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2004년 이 회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해 당선되면서 흐지부지된 바 있다.

◇ 어피너티 등 재무적투자자 자금회수 기한 도래

현대카드가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 회수다.

2017년 글로벌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99%)와 싱가포르투자청(9.00%),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01%)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GE캐피털이 보유하던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투자 규모는 약 3766억원이다. 당시 현대커머셜도 2981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여 현재 24.54%를 보유 중이다.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은 어피너티컨소시엄에 오는 2020년 1월까지 현대카드를 상장해 자금회수를 돕겠다는 내용의 주주간계약(SH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상장 추진 작업을 더 미루기는 어렵다.

또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 상장이 성공할 경우 자금조달 다각화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카드사 대부분은 비용이 많이 드는 카드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점차 조달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예상된 IPO…때맞춰 끌어올린 실적

앞서 증권가에서는 지난 5월 현대자동차 1분기 보고서에 현대카드의 IPO(기업공개) 가능성을 설명하는 부분이 추가된 것을 두고 연내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해왔다.

실제 최근 카드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현대카드 홀로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뤘다는 점도 상장을 위한 준비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121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4% 증가한 실적이다. 다른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같은기간 순익이 평균 2.7%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카드모집인 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대규모 구조조정도 실시하면서 인건비를 전년대비 19%를 줄이는 등 큰 폭의 비용절감에 나서 흑자규모를 키웠다.

◇ 기업가치 1.6조~3조원 평가

증시 상장을 공식화한 만큼 이제 관건은 기업가치다.

현대카드의 상반기 기준 총자산은 3조2549억원이다. 여기에 상장사인 삼성카드에 적용된 PBR(주가순자산비율) 0.52배를 곱할 경우 현대카드의 상장시 예상되는 기업가치는 약 1조6925억원이다. 이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투자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M&A시장에서 거래된 롯데카드의 PBR 0.8배를 적용한다면 2조6000억원까지 오른다. 현대카드의 수익성이 다른 카드사들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카드와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약 3조원 이상의 가치를 희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카드의 이같은 희망이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현대카드의 시잠점유율은 13% 수준으로 업계 3위인 KB국민카드 13.8%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경쟁사인 삼성카드가 오랫동안 유지하던 코스트코와의 단독계약도 가져왔으며, 수익다각화의 일환으로 자동차금융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등 새로운 사업환경에 맞춰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 상장 무산되면 풋옵션-소송전 우려

만약 기업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상장이 무산될 경우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에서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컨소시엄 참여 당시 주주간 계약에 따라 현대차 측의 중대한 계약위반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현대차에 풋옵션을 행사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으며, 반대로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이 중대한 계약위반시 현대차는 콜옵션을 행사하여 지분을 도로 사들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대한 계약이란 현대카드의 상장이다. 자세한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어피너티컨소시엄 입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 행사와 소송전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어피너티 측은 2012년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인수한 뒤 2015년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으며, 실제 이를 행사하기 위한 중재재판국제상업회의소(ICC)의 중재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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