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정무위원회.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파생결합상품)는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가 큰 원인"이라며 "2년간 DLF가 변형된 사모펀드로 판매될 동안 당국은 뭐했느냐, 소비자경고 조치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최 의원의 날선 질문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능력의 문제인지 인원의 문제인지 더 고민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 개선방안'이 알맹이 빠진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빠지고 "모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긴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이번 DLF 사태에서 금융당국의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이번 개선안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개선안을 보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상시감시와 현장점검을 강화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는 제도적 조치만 발표하고 금융위나 금감원의 책임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은행만 잡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금융위는 은행이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막고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장기적으로 금융사 스스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 대신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라는 단기간 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최운열 의원은 "(모든 은행의 판매를) 금지하면 잘하는 은행도 잘할 기회가 박탈된다"며 "전부 못하는 기준으로 맞추면 클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하향평준화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상향평준화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2009년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도입되면서 소비자보호 장치는 이미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금융사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사가 면담·질문 등을 통해 투자자의 투자목적·경험, 재산상황 등 정보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하지 않은 투자는 권유해선 안된다(자본시장법 46조)는 적합성 원칙만 지켰다면 DLF 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개선안에 금융사의 성과주의 KPI(핵심성과지표)에 제동을 걸 정교한 정책도 빠졌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8일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냐’는 서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KPI가 가장 중요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DLF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금융사의 KPI를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을 보면 KPI 관련 대책은 '경영실태평가시 KPI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데 그친다. 고객수익률 연동 성과체계, 판매 수수료 수취체계 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금융위가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금융위는 과도한 성과주의 KPI를 운영하는 금융사에 대해 집중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하고 소비자 보호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 4월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에 소비자 보호 KPI 항목의 반영 비중, 부적합한 판매 인센티브 구조 등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제도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정안에도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KPI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KPI 평가지표를 현재 24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수익성 부분에서 '비이자이익 지표'를 폐지했다. 이번 DLF 사태에서 벗어난 신한은행은 선제적으로 상대평가를 폐지하는 새 KPI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객 수익률 배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대폭'이 어느 수준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5대 은행의 고객수익률 배점 비중(1.2%)을 감안하면 4배를 올려도 5%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업계에선 사모펀드 장려할땐 언제고 이제 시장을 죽이려고 하는 건 과도하다 하고, 당국에선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어쩔수 없는 조치라고 하는 두가지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나아지면 규제를 풀었다가 사고가 나면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책을 설계할 때부터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