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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무엇으로 사나]③신용평가업에서 미래를 찾다

  • 2019.12.03(화) 17:41

카드결제 정보로 방대한 빅데이터 보유
자영업자 신용평가에 활용…신한카드 등 적극 참여
"마이데이터사업으로 진화, 카드사에 큰 기회"

위기는 기회다. 요즘 신용카드사들이 곱씹는 말이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핵심인 신용부문 사업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성장사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어디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을까.

수년간 이어온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의 수익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수수료 부문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대출과 같은 부가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신사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신용평가업무다. 수년간 축적된 결제데이터를 활용해 정교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와 당국의 이야기다. 일부 카드사는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 등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CB·Credit Bureau) 사업이다.

◇ '카드결제 빅데이터를 활용하라'

신용평가란 개인이나 기업의 채무이행을 위해 요구되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신용 상황을 평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상자에게 담보없이 어느 정도 돈을 빌려줘도 괜찮은지 평가하는 일이다.

신용평가를 잘받는다면 담보없이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평가 결과가 나쁘다면 큰 돈은 빌리지 못하거나 아예 한푼도 빌릴 수 없다.

일반적으로 직접대출을 받는 개인이나 기업이 신용평가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신용카드 이용자도 신용평가 대상이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후불'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는 이용자의 신용을 평가하고 관련 데이터를 누적시켜왔지만 이를 다른 사업에 이용하지는 않았다. 각종 규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뚜렷한 사업아이템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대한 '당근성 정책'의 일환으로 신용평가업이 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카드사는 신용조회업 겸영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올해 4월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규제샌드박스 지정 항목이 되면서 특례를 인정받았다.

◇ 신한카드 적극적…국민·현대·하나·BC 등도 참여

가장 적극적으로 신용평가업에 대응하는 카드사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모델 '마이크레딧'을 선보였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제1차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다.

마이크레딧은 2500만명의 카드 가입자와 440만명 개인사업자 정보 등으로 구성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자의 신용평가 서비스와 매출추정 서비스를 구현했다.

신용평가 모형은 가맹점의 매출규모와 매출변동 추세, 업종과 상권의 성장성을 분석해 기존 신용평가 모델이 잡아내지 못했던 개인사업자의 상환 능력까지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매출추정 모형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매출 규모가 1억원이 안되는 영세사업자의 장래 매출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다. 미래 소득 증명이 어려워 돈을 융통하기가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보증받아 사업자금 대출, 대출금리 인하 등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신한카드 설명이다.

신한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도 개인신용평가업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 BC카드는 NICE신용정보와 협업을 통해 가맹점 업종과 매출을 기반으로 산출된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가맹점통계정보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신용협동조합이 소상공인 대상 대출심사를 할때 BC카드의 해당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KB국민카드도 최근 한국기업데이터(KED)와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상품출시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르면 조만간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카드도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은 개인사업자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원스톱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며, 하나카드도 가맹점 정보를 활용한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서비스'를 출시했다.

김효정 신한카드 빅데이터 사업본부장은 "카드사는 데이터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데 특화된 데이터컴퍼니"라며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쓰이기 이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필요한 것을 뽑아내는 활용하는 전문적인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 마이데이터사업 위한 첫단추…"카드사에 큰 기회"

카드업계는 이런 개인 신용정보업을 카드사의 궁극적인 서비스인 '마이데이터사업'으로 가기 위한 초석으로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모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회사 고객의 카드 거래내역과 보험정보, 투자정보 등을 분석해 유리한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고 고객은 본인의 신용도, 자산, 대출 등과 유사한 소비자들이 가입한 금융상품의 조건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데이터3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을 말한다. 각각 국회 행안위, 과방위,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아직 상임위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2011년부터 정부의 주도로 마이데이터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금융 외 의료, 에너지, 교육, 태양광 등의 분야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해 신용정보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금융업종 내에서 가장 방대한 빅데이터를 가진 신용카드사로서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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