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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스루 환전, 은행 '문턱' 못 넘은 이유

  • 2019.12.24(화) 14:27

우리은행, 본점 지하에 드라이브스루 환전소 설치
커피숍 등 '은행 밖' 설치 계획 '무산'
보안 등 현실 벽에 부딪힌 혁신금융서비스

"시작은 작지만 은행 업무를 바깥으로 꺼내보는 측면에서 혁신적인 시도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의 '드라이브스루(Drive Thru) 환전·현금인출 서비스'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서비스는 금융위가 처음으로 선정한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중 한 곳이었다.

이 서비스의 혁신성은 은행의 핵심 업무를 은행 점포가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간 은행은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입금·지급, 외국환 업무 등 은행의 본질적인 업무는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었다.

이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면서 우리은행은 '2+2년'간 은행 밖에서 핵심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보수적인 은행이 업무를 은행 밖에 (꺼내는) 시도, 금융과 유통의 융합에 대한 시도 등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길을 터 줬지만 은행이 은행 밖으로 나가는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당초 우리은행은 공항 근처 지점에 우선적으로 드라이브스루 환전 서비스를 도입하고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가진 업체와도 제휴 협상을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은행이 택한 첫 드라이브스루 환전서비스 장소는 '명동 본점 지하'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신세계면세점과 '드라이브스루 환전 제휴 업무 협약'을 맺었다. 주말에 명동 신세계면세점을 찾는 고객에게 우리은행 본점 지하 주차장에서 환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주말에 본점 지하주차장을 신세계백화점이나 신세계면세점 고객에게 개방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은행이 은행 업무를 밖으로 꺼내는 혁신적인 시도'가 사실상 좌절된 이유는 뭘까. 규제는 한시적으로 풀었지만 현금수송, 보안 등 풀어야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다.

우선 은행 밖으로 돈을 옮기고 관리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다. 현금수송업체를 통해 외환을 배달해야 하고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돈을 관리할 금고도 설치해야 했다. CCTV 수준에 머물러 있는 보안 수준도 24시간 보안출동시스템 등으로 높여야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현금 도난 시 책임은 누가 질지 등 현실적인 문제가 꼬여 있었다.

우리은행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운영 중인 커피전문점과 협상을 벌였지만 이 문제를 푸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선 우리은행 본점 지하에 드라이브스루 환전소를 운영해보고 고객 편의성과 실효성 등을 고려해 확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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