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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금융의 길]은행이 칼국수집 광고한 까닭

  • 2020.06.11(목) 16:36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전성호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장 인터뷰
디지털로 소상공인 지원…홍보부터 대출까지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가 부러워 할 만큼 성공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일선 공무원뿐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헌신이 깔려있다. 경제의 혈맥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의 노력도 조명받을 만하다. 금융시스템이 건재했기에 영세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금융기관의 알려지지 않은 노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영업부에 있는 디지털 전광판에 '장칼국수와 보쌈집'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신한은행 영업점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디지털 전광판에서 장칼국수집, 설렁탕집 등 음식점 광고를 볼 수 있다. 은행을 찾은 고객들에게 인근 맛집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응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은행이 보증하는 맛집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도 한푼 들지 않았다.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중인 A씨는 "어려운 시기에 도움이 되고 있다. 신경써주는 마음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신개념 사회공헌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전광판에 올라온 광고를 사진으로 찍어 식당에 가져가면 음식값 할인, 음료수 무료제공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은행을 방문한 고객은 뜻하지 않은 식사 할인을,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다.

신한은행 본점 인근 음식점인 '잼배옥' 광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이같은 아이디어를 기획한 전성호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장을 만났다. 전 부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고객들에게 힘이 될 방안을 고민하다가 그동안 쌓아둔 디지털 역량을 활용하기로 했다"며 "이제는 오프라인 영업점도 디지털화돼 빠르고 다양한 부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광판을 활용해 음식점을 소개하는 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지를 검토했다. 전 부장은 "은행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고려해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열어주기로 한 것"이라며 "은행의 부수업무로 볼 수 있는지 법률검토를 마친 뒤 시행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 '솔(SOL)'을 통해 인근 상점을 홍보해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위치정보제공 동의를 한 고객에게 앱 푸시 방식으로 맛집 정보 등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전 부장은 "은행 앱이 소상공인을 위한 실시간 홍보채널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호 신한은행 디지털전략부장은 "디지털기술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고객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대출과정에서도 디지털 경쟁력이 돋보였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금융지원대출의 전과정을 비대면화했다. 소상공인 대출은 중소기업대출 중 하나로 부실률이 높다. 그런 만큼 제출해야할 서류도 많고 심사도 까다롭다. 신한은행은 이 문턱을 과감히 넘었다.

전 부장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컸으나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자금이 급한 소상공인이 많아 이를 해결하는 게 시급했다"며 "유관부서 직원들이 출시 1주일 전부터 밤을 새며 준비해 비대면 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2차 금융지원 대출은 1만1318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접수한 건수가 1만301건에 달했다. 고객 10명 중 9명은 은행 창구 앞에 줄을 서지 않고 모바일을 통해 편안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전 부장은 "비대면화는 그저 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다. 은행의 문화를 바꾸는 촉매제가 되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 금융권의 콜센터에 업무 과부화가 발생했을 때도 신한은행의 디지털 기술력이 빛났다.

일부 금융회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콜센터 역시 재택근무로 전환, 예기치 않은 업무부담이 발생했지만 신한은행은 디지털 기술로 이를 피해갔다. 고객의 전화 문의를 인공지능(AI)인 '쏠리'가 응대해 대기시간 없이 필요한 내용을 고객에 바로 안내하고 최적의 상담 직원과 연결해준다.

전 부장은 "네이버와 협력해 개발한 AI가 폭주하는 업무량을 분산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며 "디지털 기술의 경쟁력이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 빛을 발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원했던 모든 사업들이 사실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물이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면서 "디지털은 고객경험의 혁신, 직원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누구도 하지 못한 새로운 금융의 길을 걷게 하는 핵심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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