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따름이다. 경영보폭이 결코 적었던 게 아니다. 한솔교육이 국내 유아교육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기 까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변재용(64) 한솔교육 회장의 부인 박희옥(64)씨다.
변 회장은 학습지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학생운동을 하다 1981년 서울대 토목공학과(75학번)를 늦깎이로 졸업했다. 대학시절 야학을 했던 경험을 살려 영유아교육시장에 뛰어들었다. 150만원을 밑천 삼아 지금의 ㈜한솔교육의 모태 ‘영재수학교육연구회’를 설립한 게 1982년 9월이다.
초기에는 어린이 산수 학습지를 만들어 가가호호 방문지도하는 게 일이었다. 반전이 찾아왔다. 1986년 직접 개발한 유아용 산수 학습지 ‘어린이 산수’, 1987년 미취학 아동을 위한 한글교육 프로그램 ‘모범 한글’이 히트를 치며 성장 기반을 잡았다.
1971년 7월 법인 전환으로 이어졌다. ‘한솔출판’(현 ㈜한솔교육)을 설립한 게 이 때다. ‘신기한 나라’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영유아교육시장의 대명사가 됐다. 변 창업주 또한 불모지였던 영유아교육시장을 레벨업시킨 인물 중 한 명으로 지금껏 각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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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솔교육을 키운 공은 변 회장 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부인 박희옥씨의 힘이 컸다. 박희옥씨는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대학시절 야학에서 변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운동권출신 부부로 잘 알려져 있다.
변 회장이 한솔교육을 창업할 당시에도 부인과 함께 했다. 박희옥씨는 주력사 ㈜한솔교육의 공동창업자 겸 주요주주로서 경영에도 적극 참여했다. 모기업이자 주력사인 ㈜한솔교육의 상무, 감사 등을 지냈다.
2007년 7월 이후로는 손을 뗀 상태다. ㈜한솔교육이 2008년 5월 상장 추진 당시 최대주주의 부인이 임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상장예정기업으로서 경영의 독립성과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 앞서 감사직에서 물러난 게 이 때다.
다만 주요주주로서 존재감은 지금껏 변함없다. 현재 ㈜한솔교육의 1대주주는 변 회장으로 지분 64.56%(924만3694주)를 소유 중이다. 다음이 박희옥씨다. 소유지분도 17.38%(248만8313주)나 된다. 부부 합산 81.94%(1173만2007주)다.
기업 경영에도 손은 뗀 게 아니다. 청프린트가 활동 무대다. 2011년 1월 설립된 인쇄․출판․제본업체다. 자본금은 1억5000만원으로, 현재 확인 가능한 2016년의 주주현황을 보면 박희옥씨가 지분 100%(3만주)를 가진 1인 기업인 것을 알 수 있다. 경영 또한 설립 이래 줄곧 대표이사(유일 사내이사)를 맡아 총괄하고 있다.
㈜한솔교육과의 사업적 유대도 긴밀하다. 2016년 청프린트의 재무실적을 보면 총자산 11억원(2016년 말)에 매출 31억원, 순익 6억1900만원을 기록했다. 당시 매출은 순전히 ㈜한솔교육이 지출한 도서인쇄비용(31억원)이다. 변함없다. 2019년에도 24억원가량이 발생했다.
활동무대 또 있다. 한마루는 강원도 평창에 본점을 두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이다. 2011년 12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1억원으로 박희옥씨가 지분 100%(2만주)를 가진 1인 소유다. 설립 초기부터 유일 사내이사로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작물재배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이지만 전북 무주 덕유산 자락 해발 700m에 위치한 휴양콘도미니엄 ‘에이치(H)힐스리조트’를 운영한다. 총자산은 71억원가량(2019년 말)이다.
한마루 또한 ㈜한솔교육을 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한마루는 2019년 9억9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8억원 남짓이 ㈜한솔교육으로부터 시설이용료로 받은 매출이다. 전적으로 유형자산처분이익(28억원)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마루는 2019년 21억원의 순익흑자를 냈다.
㈜한솔교육은 한마루의 자금줄 노릇도 한다. 한마루에 빌려준 돈이 20억원(2019년 말)이다. 한마루의 NH저축은행 대출자금에 대해 11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박희옥씨의 남동생도 한솔교육 소속 계열사의 경영일선에 있다. 박현우(60)씨다. ㈜한솔교육의 100% 자회사로서 학습지 포장 및 물류 사업을 하는 스페리즈의 대표이사다. 스페리즈의 사내이사는 박희옥씨다. 2012년 9월 설립 초기부터 남매가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현재 ㈜한솔교육의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변 창업주의 조카다. 송명식(57) 사장이다. 광원대 전자학과 출신으로 1993년 6월 입사 이래 교육사업본부장, 리딩총괄본부장, 핀덴사업부문장,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지냈다. 2018년 6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솔교육의 핵심 경영인이자 변 회장의 ‘믿을 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