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맞아 보험·카드사들이 '디지털 혁신 가속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영업의 한계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역량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 디지털, 보조수단 아닌 '생존' 키워드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앞서 지난 10일 디지털관련 전담부서를 확대·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삼성생명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디지털영업부를 디지털사업부로 격상하고 데이터전략팀 등 디지털 관련 부서를 확대 재편했다. 삼성화재도 디지털채널 활성화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한 디지털본부를 신설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다이렉트 보장분석 서비스, 인공지능(AI)과 대화하는 디지털 ARS 서비스, AI 기반 보험심사 시스템 등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이러한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시킨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도 최근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지원실'로 확대 개편했다. DT지원실은 기존 ▲IT전략팀 ▲시스템 1·2팀 ▲정보보안팀 ▲디지털신사업팀 등 5개 팀에서 ▲DT추진팀 ▲플랫폼사업회추진TF ▲빅데이터지원팀 ▲AI활용팀을 신설해 총 9개팀을 포괄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확대됐다.
기존 디지털혁신지원실이 정보보안을 주업무로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는 디지털신사업에 방점을 둔 방향으로 조직을 전환했다. 기존 디지털신사업팀은 오픈이노베이션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DT추진팀 산하에는 별도 디지털혁신지원파트도 신설했다.
교보생명은 플랫폼사업화추진TF를 통해 '사용자 중심 플랫폼'을 구축하고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탈(脫)보험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디지털' 방점 조직·인사 추진 앞장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지주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디지털 중심 조직을 꾸린 상태다.
지난 29일 KB금융지주는 보험과 글로벌사업 추진력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양종희 전 KB손보 사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보험과 글로벌 사업 진두지휘에 나선다.
양 부회장은 지난해 KB손보에서 디지털고객부문과 디지털전략본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지주로 자리를 옮기면서 KB손보를 비롯해 그룹 차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 움직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디지털혁신총괄(CDIO, Chief Digital Innovation Officer)을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Chief Digital Platform Officer)로 변경, 그룹 전체의 디지털플랫폼 혁신과 고객경험 개선, 품질보증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디지털플랫폼총괄 부사장에는 한동환 전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을 임명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의 2년 연임을 결정하며 내년 7월 출범을 앞둔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보험사인 '신한라이프' 사장으로 내정했다. 성 사장은 보험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헬스케어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는 등 보험업의 디지털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성 사장과 함께 연임이 확정된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역시 탁월한 디지털 전환 성과를 인정받았다. 향후 비은행권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연임이 결정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30일 '라이프&파이낸스 플랫폼 기업' 도약을 목표로 기존 카드, 금융의 역할을 초월한 '데이터·디지털 기반 신사업' 추진 중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역량강화는 코로나19로 전통적인 대면영업이 악화되면서 급변하는 비대면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보험사 중에는 대면채널을 분리하는 제판분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디지털 역량강화에 쏟아부으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역시 마이데이터사업, 간편결제 등을 놓고 빅테크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디지털 전환이 최대 과제다.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임원을 젊은 인재로 발탁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역량 강화는 금융업을 보조하는 수단에서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됐다"면서 "코로나19로 비대면 환경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빅테크, 핀테크업체들과 경쟁하려면 기존 보험, 카드업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올해 예정된 주요 저축은행 인사와 조직 개편 키워드 역시 디지털이 꼽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전국 79개 저축은행도 내년 상반기 중 오픈뱅킹에 참여할 예정이라 디지털 채널 강화는 필수적"이라며 "경쟁업체 범위가 대폭 확대되는만큼 여·수신 상품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