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은행들의 웰스테크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기존 자산관리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들이 프라이빗뱅크(PB)를 통해 주로 고액자산가들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그 대상은 물론 수익률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은행들의 자산관리 전략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 고액자산가와는 별개로 좀 더 넓은 대중을 아우르는 디지털 자산관리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바로 대중부유층 껴안기다. 대중부유층은 부유층과 중산층의 경계에 있는 준 부자(semi-rich) 집단을 말한다. 이들을 정의하는 기준은 금융자산부터 연 소득 등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중부유층으로 은행의 자산관리 대상 집단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대중부유층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있다. 대중부유층이 주요 고객층임에도 부유층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들을 겨냥한 금융서비스 개선을 위해 자산 현황과 금융 니즈, 주요 관심사 등 다양한 특성 분석에 나선 것이다.
하나은행도 올해부터 부자보고서에 기존 10억원 이상 고객뿐 아니라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의 고객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 역시 매년 꾸준히 발간하는 부자 보고서에 대중부유층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면서 대중부유층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채널 중심의 생활 방식이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중부유층의 디지털 금융 이용 행태가 금융회사의 미래 성장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초개인화된 대면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지 않았던 대중부유층의 경우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크고 실제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6%가 모바일 앱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해 불과 1년 전 17.7%에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자산이 15억원을 초과한 경우는 대면 서비스를 선호했지만 그 이하는 모바일 앱을 더 많이 이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에 발맞춰 은행들은 디지털 자산관리 진화를 통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웰스테크 업체들과 제휴도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중부유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자체적인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투자정보 전달과 상품 추천, 포트폴리오 구성 등 단순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16년부터 KB자산관리플랫폼인 'KB마이머니'에서 실시간 자산현황 진단과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주는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와 전문가 추천 포트폴리오 중심의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케이봇쌤(KBot SAM)'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프리미엄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쏠리치(SOL Rich)를 통해 고객 성향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지난해 6월에는 20대만을 겨냥한 '헤이영(Hey Young)' 브랜드 론칭과 함께 신상품과 맞춤형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하나원큐'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PB 고객에 대한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고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해 하반기 중 디지털로 맞춤형 펀드 투자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WON(원)뱅킹’의 고객 개개인별 맞춤 포트폴리오 추천과 금융자산 분석을 강화를 통해 자산관리 플랫폼 고도화에 나섰다. 로보어드바이저인 '우리로보-알파'가 시장 전망과 함께 고객 투자성향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도 추가했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도 디지털 자산관리 강화를 역점으로 내거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SC제일은행은 중산층까지 확대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올해 목표로 내세우며 PB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디지털 자산관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전통적인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자로 꼽히는 씨티은행도 신규 자산관리 고객을 잡기 위해 디지털 채널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