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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금소법 이후 보험에 남겨진 과제②

  • 2021.04.20(화) 09:30

보험의 본질로 회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은 보험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금융권에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률을 따로 제정한 이유는 무형의 계약만으로 돈이 움직이고 관련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를 고금리 적금으로 판매한 저축은행, 기업어음을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권유한 증권사, 최근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같이 금융권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의 규모와 정도는 금소법의 필요성을 반증한다. 보험산업도 높은 민원율을 기록하고 있기에 법 제정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험은 특히 약관이 정한 사고 발생 전까지 보험금을 둘러싼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보장성보험의 보험금 지급을 놓고 관련 분쟁이 많다. 여기에 투자나 저축 그리고 연금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보험상품이 더해져 금소법 위반 우려가 크다. 하지만 상품 외에도 불완전판매의 우려가 존재한다. 보험설계사 중에서는 자산관리나 재무설계를 표방하여 보험상품을 권유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 금융과 다르게 대면채널인 설계사의 모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이들이 보험 외 금융상품을 다루는 일이 많아 금소법 위반 위험도 높아진다.

보험상품의 핵심 기능은 불확실한 미래 위험을 전가하는 보장에 있다. 보장성보험만 보더라도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대다수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한 상황에서 보장분석에 대한 설계사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보장성보험 외 타 금융까지 망라한 상담은 금소법 위반 위험이 높아진다. 물론 AFPK나 CFP등 관련 전문 자격을 갖추고 책임감 있는 상담과 조언을 제공하는 설계사 그룹도 존재한다. 하지만 금소법은 전 금융을 아우르는 법이고 개별 영역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또한 갈수록 개별 금융권 내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금융을 아우르는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금소법 지침 중 놓치는 부분이 생길 위험성이 커진다.

개별 설계사가 관련 자격 없이 자산관리사나 재무설계사 등을 내세우며 활동하는 경우도 많지만 지주사 또는 그룹사에서 복합영업을 추진하는 곳도 존재한다. 대부분 금융소비자와 밀접한 관계성을 맺고 있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카드나 펀드 등을 유통시키는 전략이다. 물론 특정 금융상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격이 필요하지만 본업인 보험 이외의 것을 다루는데 있어 위험성은 존재한다. 아무래도 해당 분야의 교육이 부족하며, 본업 이외 금융상품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험 내에서도 보장 이외 기능을 추가한 복잡한 상품이 존재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별도의 자격 조건을 가진자만 모집할 수 있는 변액보험이 있다. 변액보험을 잘 다루고 시장 상황에 따라 관리를 잘 하는 설계사도 존재하지만 과거 민원을 살펴볼 때 변액보험 수익률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높다. 금소법이 시행된 상황에서 변액보험 관련 상품설명이나 관리가 부실할 경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사하게 달러보험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감독당국도 주시하는 중이다.

보장성보험이지만 저축이나 연금 등 다른 기능이 강조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많다. 예정이율을 활용하여 특정 시기 해지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높음을 강조해 종신보험을 저축 또는 연금으로 설명하는 경우다. 현금 유동성 경색, 조기 해지 시 손실 발생가능성, 물가상승률을 무시한 채 명목이자만을 강조하는 행위 등 상품 설명 부실이 자주 발생하고 소비자 민원도 많이 접수된다.

살펴본 것처럼 보험상품이 보장 이외 기능으로 전용될 때 상품설명 부실 위험성이 높아진다. 본질적 기능인 보장을 제외한 기타 목적은 언제든지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기회비용을 따져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비교가 이뤄져야 하지만 해당 과정은 생략된다. 또한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벗어난 다른 금융상품을 다루면서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행위 등은 금소법 위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일은 과거부터 지속되었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 이후에도 잘못된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급속하게 붕괴될 수 있다. 또한 관련 모집 책임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금소법의 방향이 어디로 나아갈지 지금 정확하게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금융 각 영역의 특수성에 기반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비자 보호 활동이 강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금소법은 보험산업에 '산업의 본질인 보장으로 회귀'할 것을 명령하는 듯하다. 보장 영역도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금소법의 영향 아래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과거부터 전체 금융 민원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이 금소법 시대를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본질적 영역에서 소비자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망은 자주 아무것도 취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 경제 및 금융을 공부하고 직접 투자 및 상품 선택을 진행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보험산업이 똑똑해지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길은 대체 불가능한 보험의 가치인 보장 영역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금소법이 보험산업에 바라는 것도 보장 영역의 민원 감소 및 소비자 만족에 있다. 결국 보장으로 회귀하여 본질을 제대로 다루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보험산업이 나가야 할 길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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