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올 3분기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손상차손에 따른 기저효과에 더해 수입보험료와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가 실적을 탄탄히 받쳐준 덕분이다.
하지만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된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구독보험'은 더 고도화해 노출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3Q 누적 '3539억원' 지난해 넘겼다
29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3분기 별도기준 순익이 1년 전(655억원)과 비교해 57.5% 늘어난 10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관련 손상차손 인식 기저효과로 큰 증익이 발생했다. 전분기(570억원) 대비로도 80.9% 증가한 수치다.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35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27억원(46.7%)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 1969억원을 가볍게 넘긴 상태다.
수입보험료(3조5035억원)와 신계약 APE(4521억원)가 전년동기대비 2%, 8.4% 확대된 가운데, 사업비 절감과 운용자산이익률이 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APE는 신계약 체결 시 월납·분기납·일시납 등 모든 납입형태의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꼽힌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저축 및 연금 판매 확대가 주된 원인으로 일시납 저축 판매 등으로 확보된 물량을 자산 듀레이션 확대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결기준 법인세 비용 차감전 누적 이익은 누계액 1조26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7.9% 급증했다. 한화생명을 비롯해 한화손보의 실적 개선효과와 한화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에 따른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한화생명이 지분 51%를 보유한 한화손보의 올 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전년동기(210억원) 대비 210.2% 뛴 651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누적으로는 전년동기대비 84.3% 증가한 1680억원을 기록해 2019년 당기순손실(-690억원) 부진을 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회사 GA 적자행진 어찌할꼬
전날(2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선 한화생명이 전속설계사 채널을 분사해 만든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지난 4월 출범 이후 2분기(-290억원)·3분기(-590억원) 연속 순익 적자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올 3분기 영업비용은 24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매출은 1860억원으로 12.8% 감소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보험설계사(FP)들이 GA 분사 이후 다른 생명·손해보험사 상품도 팔게되면서 한화생명 상품 판매 유인이 줄어드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전체적인 월납초회보험료가 65억원(생보 53~54억원·손보 6~7억원)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며 "생보 중심으로 충분히 이끌고 갈 것이며, 4분기에는 종신·중대질병(CI) 신상품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 출범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흑자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GA 판매 수수료 수익은 총 3개년에 걸쳐 발생하는데 이 중 1차년도 수수료 수익은 상당 부분이 FP 수수료로 다시 지출이 이뤄진다"며 "때문에 1차년도 손익은 고정비 만큼 손익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적자로 출발하지만 내년에 흑자전환한 후 3차년도부터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독보험으로 MZ세대 잡는다
한화생명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구독보험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매달 일정한 구독료를 내고 제품,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구독경제 시장이 40조원 규모로 급성장하면서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선정과 연계해 구독보험을 개발했다.
구독보험은 아프거나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받는 일반적인 형태의 보험이 아니라 매월 낸 보험료에서 중도보험금을 포인트로 돌려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8월 이마트·GS25·프레시지 등과 손잡고 구독보험 3종의 판매를 시작한 이후 이달 라이프케어·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구독보험 4종을 추가 출시했다.
한화생명이 구독보험에 집중하는 건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내년 초 출범이 예견되는 카카오페이 손보 등 디지털 손보사들의 약진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구독보험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묻자 한화생명 측은 "더 고도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행 1년 만기 상품이 일부 소비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어 3개월·6개월의 단기형 상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며 "MZ세대에 대한 소구력이 좋고 시장 지배력이 있는 업계 1위 제휴사와 협업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구독보험으로 받은 포인트를 다른 제휴처의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는 범용 포인트몰의 노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