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화생명이 자체 실적은 물론 자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별도재무제표(4106억원)와 연결재무제표(1조2415억원) 당기순이익 차이가 3배에 달할 정도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폭증한 것은 지난해 9월 한화투자증권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한 영향이 컸다. 한화생명 자체 호실적에 더해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 등 자회사들도 양호한 성적을 거두면서 전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자회사형GA 출범으로 사업비율↓
한화생명은 18일 별도기준 연간 당기순익이 4106억원으로 전년의 1639억원보다 150.5%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2434억원으로 전년대비 112.2% 증가했다. 반면 매출액은 16조6847억원으로 2.9% 줄었다.
분기별로 보면 4분기 당기순익은 566억원으로 전분기(1031억원) 대비로는 45.1% 감소했지만 전년동기(-770억원)대비로는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익 증가는 비용 절감을 통한 사업비차손익(비차익) 개선이 주효했다. 보험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위험률차손익(사차익)과 비차익, 이자율차손익(이차익)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비차익은 실제 사업비와 예정 사업비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사업비율을 통해 이익 수준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사업비율은 실제사업비 축소 등으로 전년보다 0.6%포인트 감소한 14.3%를 기록했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에 따라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가 이뤄진 영향이다. 그 결과 비차익은 전년대비 33.8% 증가한 4240억원을 달성했다.
고객에게 받은 전체 수입보험료는 전년대비 소폭(-0.2%) 감소한 14조745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전반의 영업둔화와 2023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물량을 축소한 결과다.
이와관련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수익 인식 기준이 바뀐다. 향후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은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다만 보장성보험은 첫해부터 이익이 나는데, 이에 따라 보장성 수입보험료를 전년대비 0.8% 늘리는 영업전략을 썼다는 설명이다.
당기순익 '1조 클럽' 입성
눈에 띄는 것은 별도기준과 연결기준 당기순익 차이가 3배 정도 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익은 1조2415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496.2% 뛰었다. 순이익 1조원 달성은 생보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1조5977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별도기준과 연결기준 순익의 차이가 큰 것은 연결대상 수익증권 손익이 개선되고 종속기업 연결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생명 지분률 100%)→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 지분률 46.08%)으로 금융업 지배구조를 완성하면서 계열사들의 투자 성과를 한화생명이 거두게 됐다.
특히 한화자산운용과 한화투자증권이 투자한 여행 플랫폼 '야놀자'의 평가처분 이익이 급증하면서 연결이익도 증가했다.
이들 회사는 2018년 4월 야놀자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1조원 미만이었으나 지난해말 기준 10조원으로 추정된다. 4년이 안 돼 10배에 가까운 이익을 본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연결기준 당기순익 급증에 대해 "지난해 9월 한화투자증권을 연결대상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염가매수차익이 3000억원 가량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수합병 과정에서 연결회사로 편입되면 공정가치측정을 통해 손익을 다시 따지는데, 인수비용이 공정가치보다 싸면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하고 그 차액을 당기순익에 반영한다. 일례로, KB금융지주는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과정에서 약 145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441억원으로 전년대비 115%가 늘어난 부분이 연결이익에 반영됐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의 편입만으로 4000억원이 넘는 수준의 순익 증가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손보(한화생명 지분률 51%) 등 자회사 실적개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화손보의 당기순익은 전년대비 98.9% 증가한 959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