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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①늙어버린 보험산업, 다시 젊어질 수 있나

  • 2021.11.16(화) 09:30

노인이 되어버린 보험

과거부터 한 국가의 인구는 그 나라의 국력이자 생산력의 근본으로 인식되었다.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생산력은 전쟁의 승리와 영토 확장으로 귀결되었고 외국인과 내국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어울려 제국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사회가 급격하게 고도화되기 시작했고 특히 여성의 교육 기회 및 사회 참여가 확대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출산이 관찰되었다. 또한 의료기술의 발전과 삶의 질이 개선되며 고령화도 가속화되는 경향이 보인다.

한국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압축된 근대화와 산업화로 인해 다른 나라의 속도를 앞지르며 출산율 하락과 심각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준다. 성숙기에 접어든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보험산업은 인구감소와 더불어 인수 가능 연령을 벗어나는 고령층의 증가로 인해 미래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보험도 함께 늙어가고 있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힘든 지경이다.

한국 보험 산업은 손해보험까지 사람이 피보험목적인 장기 인(人)보험을 통해 성장했다. 생명보험은 사망보장 위주의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이후 손해보험도 생존담보 중심의 제3보험으로 커왔다. 이 때문에 보험 산업 전체가 인구구조 변화의 후폭풍에 노출된 상태다. 또한 아직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다. 관련 법은 노인을 만 65세 이상으로 정의한다. 보험사가 주력으로 판매 중인 장기 인보험의 연령 언더라이팅 마지노선도 평균 65세에 맞춰져 있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곧 65세 이상이 된다. 따라서 신계약 체결의 동력 상실이 예상된다.

만약 단기적으로 고령화의 충격을 극복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미래가 매우 어둡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공보험의 손해율을 견인한다. 대표적인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 당시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전제하였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빠르게 역피라미드화 되면 공보험을 유지하는 전제조건이 무너지게 된다. 공보험의 재원이 되는 보험료 납입 인구보다 보험금 수령 인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심화하면 손해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다.

공보험은 법적으로 가입을 강제하는 의무보험이기에 해당 보험의 손해율 상승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개별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하락시킨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국민건강보험료에 녹아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손해율까지 더해진다면, 국민의 준조세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결국 이 부담은 장기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책임져야 한다. 이들이 부양해야 할 고령층의 증가는 특정 세대의 과도한 짐이 될 것이며, 세대 갈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보험 산업의 늙어감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모든 산업에서 핵심 마케팅 대상으로 MZ세대가 부상 중이다. 보험도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공보험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 한정된 가계 소득 중 민간 보험에 투자할 역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험 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먼 내일의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유효피보험자가 줄어들고 개별 경제 주체의 보험료 납입 여력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 산업은 매일 늙고 있다.

사람은 조기사망을 경험하지 않으면 누구나 노화를 경험하고 결국 죽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은 영속 가능한 불멸의 존재를 만들었다. 그런데 법인격체인 법인(法人)도 죽을 수 있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한국 보험 산업은 죽음으로 가는 길목의 불안함을 극복하며 종신보험과 제3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늙어버린 지금의 보험이 계속 생을 유지할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할지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만약 미래 한국 보험 산업의 사망이 선고된다면 그 사인은 아마도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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