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이 빅4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에게 감사품질 개선에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회계업계와 기업에 당근도 제시했다. 새로 도입된 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 과정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비롯한 8개 회계법인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원장은 사전 예방적 회계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해 회계법인 규모 등 다양한 특성을 감안해 사전적 회계감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상장회사를 감사하는 등록회계법인은 품질관리 수준 등을 고려해 감리주기와 범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특히 정 원장은 빅4 회계법인에게 선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국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한 감사를 주로 하는 빅4 회계법인이 감사품질 개선에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며 "비상장사를 주로 감사하는 소형 회계법인은 공인회계사회와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운영해 감독방향과 취약사항을 사전에 공유해 관리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모두발언 말미에도 "회계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본시장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의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 회계의 사회적‧공공적 가치를 높이고 피감사회사 성장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회계문화 조성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로 시행되고 있는 외감법에 대해서는 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2018년 11월 시행된 신외감법을 통해 주기적 지정제와 감사인 등록제, 재무제포 심사제도와 외감법 과징금 등이 도입된 상태다.
이 가운데 지정감사 확대 등으로 인한 회사의 감사인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에 대해 기업에 동일군 내 감사인 재지정 요청권 부여 등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원장은 이어 "피감사회사와 협의를 통해 감사보수 등이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정감사인 감독강화방안을 지켜 달라"며 "중소기업 외부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규모 기업용 회계감사기준이 마련되는 대로 조속히 국내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도 회계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제적 논의 동향을 보면서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 원장은 "ESG가 우리기업 미래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자 리스크가 될 수 있어 관련 정보가 적절히 공시돼 회계에 반영돼야 한다"며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마련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재무공시 기준 등을 보면서 공시기준 마련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